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돋을새김

[돋을새김] 희생만 남은 K방역

신창호 사회2부장


대구 신천치발 코로나19 사태가 몰아쳤던 지난해 1월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시기였다. 21대 총선이 3개월도 남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습에 모든 국민은 방역 당국 대책에 귀를 모으던 때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일은 습관이 되던 시기다. 국민은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추적한다는 명목으로 민감한 개인 정보가 노출되는 것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각종 업소를 수시로 폐쇄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여도 자영업자들은 별달리 저항하지 않았다.

한국산 코로나19 방역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던 시기이기도 했다. 엄청난 확진 사망자가 쏟아져 나온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드라이브인스루 검사가 유행했다. 정부는 “한국적 방역 방식은 봉쇄 없이도 감염을 최소화하고 확진자를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자랑했다. 어쨌든 지난해 4월 15일 치러진 총선에서 ‘코로나 민심’은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표출됐다. 유권자들이 감염 확산을 막아낸 한국산 행정시스템의 우위를 정부 여당의 공(功)으로 해석해서였다.

그렇게 1년이 훌쩍 넘어갔지만, 서울이나 지방의 풍경은 바뀐 게 거의 없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길거리는 밤 9시가 넘어가면 한산해진다. 식당 등의 매장은 하루 종일 파리가 날리는데 정부와 방역 당국은 똑같은 대책, 똑같은 주문을 내놓는다. 이 1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자영업자 대다수는 빚더미에 앉았다. 비대면 배달 주문이 많아졌다 해도 매장 임대료조차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소상공인이 대부분이다. 몇 차례 주어진 재난지원금은 이들의 엄청난 부채를 해결하기엔 턱도 없는 금액일 뿐이다.

국민이 정부 방역 정책에 질서정연하게 따랐던 건 ‘공공선’을 위해선 사적 이익을 희생하는 게 맞는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하나, 조만간 마스크를 벗고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었다. 머지않은 시점에 전체 국민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게 될 것이란 기대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그때 우리가 품었던 희망과는 180도 달라져 있다. 백신 접종률 2.9%의 나라. 그렇다고 조만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백신은 이상 혈전 형성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이 중지됐고, 안전하다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도입 자체가 어렵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CNN 같은 매체는 “방역 모범이던 한국이 백신 확보에 너무나도 소극적이어서 상황이 역전되게 생겼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 “문재인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을 잘 뜯어보면 그 공의 절반 이상이 지방자치단체들 몫”이란 평가가 나온다. 드라이브인스루 검사 같은 획기적 아이디어, 경증환자 격리 및 효과적 중증환자 치료, 특수시설의 격리 및 폐쇄 등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해낸 일이라서다. 7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신천지 사태를 완전 봉쇄 없이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대구시가 재빨리 대규모 경증환자 격리 장소를 마련하고 단계별 코호트격리 등을 효과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중앙정부가 해야 할 가장 큰 임무는 집단면역 확보다. 아무리 확진자 양산을 막는다고 해도, 사회 구성원 전체가 면역을 형성하는 것보다 효과적일 리 없다. 집단면역의 첫 번째 해결책은 바로 백신이다. 그동안 정부가 무슨 일을 한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선진국들이 온 힘을 짜내 백신 확보 백병전을 치를 때 우리 정부는 왜 뛰어들지 않았을까.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 조금 더 사적 이익을 희생하면 집단면역이란 공공선이 실현될까. 모든 게 의문스럽기만 하다.

신창호 사회2부 procol@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