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청취자 대변인

김의구 논설위원


걸출한 대변인을 꼽으라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맨 앞자리쯤에 오른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직후부터 4년 3개월 동안 여당 대변인을 지냈다. 그의 논평에는 유머와 해학이 있고 짧은 문구로 사안의 핵심을 꿰뚫어 ‘촌철살인’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96년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의 의원 빼가기를 야당이 맹공하자 국회 본회의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신조어를 내밀었다. 의원 영입이 야당도 해오던 행태임을 꼬집은 말이었다. 그는 ‘3김’에 ‘정치 9단’이란 별명을 붙였고, 노태우정부 때 경기침체와 치안 불안 등 악재가 겹치자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을 내놨다.

박 전 의장과 쌍벽을 이룬 명대변인으로 박상천 전 의원이 있다. 박 전 의장과 같은 나이에 서울대 법대와 고시 동기였던 그는 비슷한 시기에 야당 대변인으로 발탁돼 설전을 주고받았다. 그의 논평은 직선적이면서도 논리정연한 단문으로 유명했다. 야당 대변인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에 정부 대변인인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지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입심으로 유명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노무현 선거캠프 등에서 다섯 차례 대변인을 맡아 ‘5선 대변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박경미 신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대변인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견·생각을 말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앞으로 언론인과 국민의 생각을 많이 듣고 전달하는 청취자 역할도 충실히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변인의 본래 기능으로 보자면 “대통령의 마음까지 대변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으나 많이 부족했다”는 전임 강민석 대변인의 이임사가 더 근접한 표현이다.

하지만 청취자 역할을 강조한 것은 참신한 발상이다. 최근 여권의 독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입에 그치지 않고 귀의 역할도 하겠다는 것은 고개가 끄덕여지는 발상의 전환이다. 정권 후반으로 갈수록 국민의 소리를 새겨듣는 게 중요한 미덕이 된다. 박 대변인이 쌍방향 소통에 힘써 부디 목표를 달성하기 기대한다.

김의구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