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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공수처, 존재 이유 증명할 수 있나


'황제 조사' 공정성 논란, 수사역량 의구심 등으로 기대 난망
검사·수사관 미달에 수사와공소 겸임하는 코미디도 연출

1호 사건보다 더 시급한 것은 신뢰 회복, 정치색 짙은 사건 넘기고 권력형 사건 발굴해서 성역 없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검찰과 충돌하는 이첩 문제는 국회 입법으로 풀기를… 회의론 불식 못하면 국민들은 공수처 개혁 요구할 수밖에 없어

다수 국민의 여망 속에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3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수사 진용을 갖추고 ‘1호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한다는 대명제 하에 출범한 기구라서 수사 체제 전환에 기대를 하는 이도 많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려가 앞서기에 향후 행보를 주시하는 게 적절할 테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공정성 논란이 초래된 데다 수사진의 수사 역량에도 의문 부호가 찍혔기 때문이다.

일단 공수처는 검사 정원 25명을 다 채우지 못했다. 처장과 차장 외에 임명장을 받은 건 부장검사 2명(정원 4명), 평검사 11명(정원 19명)이다. 모두 합쳐 정원의 60%에 불과하다. 게다가 13명 중 검사 출신은 부장 1명, 검사 3명 등 4명뿐이다. 이들도 특수통은 아니다. 나머지 9명은 수사 경험이 전무하다. 이들은 법무연수원에서 수사 실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짜 검사들이 고난도 분야인 특수수사를 제대로 해나갈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검사의 손발이 될 수사관마저 30명 모집에 20명만 선발돼 정원 미달 상태다. 국민은 공수처가 권력층 대형 범죄를 처단했던 대검 중앙수사부 역할을 하리라고 기대할지 모르나 이런 인력으로는 언감생심이다.

이 같은 비판에 김 처장은 검사 13명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 비유하며 “그 13명의 사람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나”라며 13명이면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헛웃음이 나온다.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어디 예수와 열두 제자에 비유하는가. 검사가 12명이었으면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공수처장은 비판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본인도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소임을 다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를 강조하지 않았던가. 소처럼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갈 일이다.

조직과 관련해선 업무 분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수사 1∼3부와 공소부 등 4개부로 구성되는데 부장검사가 2명뿐이라 이 중 판사 출신 1명이 수사부장과 공소부장을 겸임한다. 그러나 공수처는 지난 1월 직제를 마련하면서 “핵심 업무인 수사-기소-공소유지를 위해 수사부와 공소부를 두되 기능상 상호 견제를 위해 분리 편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부장과 공소부장 겸임은 이 견제의 원칙에 어긋난다. 공소부는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사 결과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곳이다. 겸임을 하면 자신이 수사한 걸 심판하는 코미디 수준이 된다. 이래서야 누가 수긍하겠는가. 인력 추가 충원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게 시급해 보인다.

어제부터 신임 검사들이 그간 접수된 고소·고발 800여건에 대해 선별 작업 중이다. 결과에 따라선 1호 사건이 정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호 사건을 섣불리 결정할 필요는 없다. 수사력을 다진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공수처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로 물의를 빚은 만큼 국민적 신뢰부터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1호 사건은 그 시험대다. 따라서 정치색 짙은 사건은 피해야 한다. 1호 사건부터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리면 존재 이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과 관할권 다툼을 하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집착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지난 주말 이 지검장 소환 조사를 완료한 검찰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합당하다. 검찰이 제 식구를 봐줄 생각이 없다면 굳이 공수처가 나설 이유는 없다. 오히려 권력형 사건을 새로 발굴해 정공법으로 나가는 게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터이다. 성역 없는 수사야말로 공수처 본연의 책무다.

걸음마 단계의 공수처가 사건 이첩권 문제로 검찰과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공수처가 검찰 상위 기관도 아닌데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란 생소한 주장을 해서 검찰로부터 해괴망측한 논리라는 역공까지 당하는 실정이다. 공수처법에 모호하게 규정된 중복 사건 이첩 조항을 놓고 세부 이첩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도 논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검경과의 이견으로 사건사무규칙 마련이 어렵다면 공수처법 개정 외에는 방도가 없다. 공수처는 괜한 과욕을 부리지 말고 국회에 법제화를 요청하는 수순을 밟을 일이다. 이런 갈등 양상을 외부의 공수처 흔들기로 여겨서도 안 된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시비를 자초한 건 바로 공수처다. 회의론을 불식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공수처 개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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