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낮은 곳으로 흩어지는 ‘선교사의 길’을 걷다

호성기 목사의 ‘디아스포라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 <2>

호성기 미국 필라안디옥교회 목사가 2000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제임스 갬블 선교사와 20여년 만에 재회했다.

예수님은 제1호 디아스포라로 오셨다. 하늘나라 천국의 본향을 떠나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이 흩어져 오신 이유는 나와의 만남을 위함이었다. 내가 하나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셨다.

이것이 ‘나의 선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다. 하나님은 먼저 나를 찾으신다. 나를 만나기를 원하신다. 흩어짐은 만남을 위한 하나님의 선교다.

그 하나님이 나를 찾아오신 방향은 위에서 아래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의 내려오심이다. ‘상처받은 치료자’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석좌교수였던 헨리 나우웬은 이것을 ‘내려가는 길’(downward mobility)이라 이름했다. 그는 하버드대 석좌 교수가 되기까지 ‘올라가는 길’(upward mobility)에서는 예수님을 못 만났다고 했다.

예수님은 오늘도 낮고 연약한 자들을 찾아 흩어져 내려오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선교다. 하나님이 육신을 입고 나를 찾아오셨다. 그리고 죽으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낮은 자리로 내려오신 예수님을 높이셨다.

오늘도 예수님의 내려가신 길로 함께 자신을 부인하고 내려가는 사람을 하나님이 높이신다. 그래서 천국에서는 섬기는 자가 더 큰 자가 되게 하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선교다.

나는 24세에 예수님을 만나고 집과 가족을 떠나 디아스포라가 됐다. 그 떠남은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때 캐나다 출신으로 경상도 시골에 오셨던 제임스 갬블 선교사를 만났다.

당시 나는 기도원에서 3개월을 준비한 후 신학교에 복학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갬블 선교사를 만남으로 인생의 방향과 질은 완전히 변화됐다. 선교사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 성육신의 선교를 배웠다. 선교를 지식적으로 신학적으로 신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배우고 실천하게 됐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돼 큰 교회로 올라가는 삶이 아니라 주님이 원하시는 낮은 곳으로 흩어지는 선교사의 삶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선교사의 통역사가 돼 대한민국에서 열악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안지역이 미자립교회가 많고 전도하기가 힘들고 어려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선교사와 자비량으로 미자립교회만 찾아가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뜨거운 여름 시골길을 가면서 사람이 없으면 계곡에서 함께 등목하면서 다녔다.

24세에 집을 떠나 25세에 선교사의 통역으로 복음을 전한 대상은 어린아이들이었다. 1970년대 전라남도 해안지역은 정말 가난했다. 외국인 선교사가 와서 말씀을 전한다 해도 어른은 몇 명 모이지 않았다. 살기 바빠서 작고 초라한 미자립교회에 어른은 그 교회 전도사님 부부와 몇 분의 엄마뿐이었다. 충격이었다.

호성기 목사가 1979년 전남지역 미자립교회 집회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어린아이들은 어디서 몰려오는지 가는 곳곳마다 작고 초라한 교회당이 차도록 넘쳤다는 것이다. 그 초라한 어린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 속에서 예수님을 봤다. 그전까지 삶에 어린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나 주님은 어린이와의 만남을 주셨다.

교회의 소망과 조국의 소망을 어린아이들에게서 봤다. 그것이 훗날 영국 선교와 미국 선교의 핵심이 됐다. 현재 미국 필라안디옥교회와 세계전문인선교회(PGM)의 핵심가치가 됐다. ‘최급의 선교지는 어린아이들이다’라는 비전은 43년 전부터 오늘까지 나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하나님의 선교다.

안타깝게도 43년 후 오늘의 한국교회에, 미국교회에, 세계교회에 어린아이가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 빼앗겼다. 어른 중심의 선교와 목회 분위기는 아이들을 예수님 시대처럼 숫자로 세지 않을 정도로 천대해 왔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어린이들을 살리셨다. 물론 그렇지 않은 모범적인 목회자와 선교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어른에 의한 어른을 위한 어른 중심으로 사역이 이뤄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1981년 농촌교회 집회 때 갬블 선교사의 통역을 하는 호성기 목사.

갬블 선교사를 모시고 1979년 말부터 1981년 초까지 미자립 교회를 2년 동안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했다. 그때 우리가 만남을 기대했던 사람은 어른이었지 어린이가 아니었다. 가난한 지역에 사는 어른들은 나빠서가 아니라 자식들 끼니라도 때워주려고 밤낮 일하느라 집회에 오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가는 곳곳마다 말씀을 들으려고 찾아왔다. 주님은 나의 흩어짐의 끝자락에서 어린이를 만나는 축복을 주셨다. 그 만남은 오늘까지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어린이를 살려야 한다. 교회와 선교지에서 흩어져 가는 곳마다 먼저 어린이를 찾고 만나자. 어린 생명에게 집중하고 투자하고 어린 영혼을 살려야 한다. 그들은 훗날 커서 다음세대를 살리는 어른이 될 것이다. 어린이를 통해 우리의 인생도 갈수록 더 어려지고 순전하게 변화될 것이다.

호성기 미국 필라안디옥교회 목사

[디아스포라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
▶①흩어져 살아가는 나는 ‘하나님의 꿈’ 이뤄가는 디아스포라
▶③다른 언어·문화 속에서 훈련… ‘나의 의’ 변하니 선교사로
▶④마가처럼 ‘문제아’도 예수님 만나면 축복의 통로 된다
▶⑤“성령의 감동에 순종… ‘카이로스’ 삶 살게 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