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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이대남’과 피터슨 현상

김남중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이대남(20대 남자)’은 하나의 주제가 됐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20대 남성들의 표심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방송사 출구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한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완벽한 몰표였다. 다른 연령대 남성들은 물론 같은 나이대 여성들과 비교해도 확연히 달랐다.

이대남의 몰표가 흩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도 이들이 결정할 수 있다. 이대남은 이제 정치의 주체로 부상했다. 아마도 한국 정치에 20대가 중심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일 게다. 그것은 정치권이 그간 시늉만 내던 청년 문제를 정치의 핵심 과제로 세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대남의 몰표가 반페미니즘이란 공감대 속에서 표출된 것이라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구축해온 성평등 장치들을 허물어뜨릴 위험성도 있다.

이대남 문제와 관련해 출판계에서도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지난달 출간된 조던 피터슨(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 교수)의 책 ‘질서 너머’가 이대남의 압도적 구매에 힘입어 4주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까지 이 책을 산 사람의 23.5%가 20대 남성이었다는 게 교보문고 집계다. 30대 남성(18.1%)까지 포함하면 2030 남성들의 구매 점유율은 42%에 달한다. 반면 20대 여성은 6.3%, 30대 여성은 9.8%에 그쳤다.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2030 여성들의 책이었다면 피터슨의 ‘질서 너머’는 2030 남성들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판계에서는 피터슨에 대한 젊은 남성들의 이례적 열광을 ‘피터슨 현상’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피터슨의 가장 유명한 말은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청소하라”이다. 그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12가지 인생의 법칙’(2018년 출간)에 나오는 말이다. 신작 ‘질서 너머’에서도 피터슨은 12가지 법칙을 제시했다.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등이다.

피터슨은 젊은이들에게 “분노하는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쓰디쓴 원한을 자초하는 일이다”라거나 “당신 자신에게서 세계가 잘못된 이유를 찾는 것이 도덕적으로 훨씬 타당하다”는 식으로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분노하라” “당신 탓이 아니다”라며 청년 문제를 사회구조 탓으로 돌려왔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어쩌면 피터슨을 전형적인 ‘꼰대’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도 59세다. 책에는 “동료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젊은 남성들이 그의 충고에 열광한다. 대다수 어른들이 꼰대로 취급받는 시대에 젊은이들이 귀를 기울이는 매우 희귀한 어른의 목소리다.

출판계에서는 피터슨 현상을 여러 시각에서 분석한다. 일단 유튜브 세대에 통하는 ‘사이다 화법’이 강점이다. 피터슨은 논쟁과 비판을 겁내지 않으며 십자포화를 맞을지라도 할 말은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 방송으로도 인기가 높은데 늘 확신에 찬 어조로 직언을 쏟아낸다. 피터슨 현상을 메시지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그는 페미니즘, 이데올로기, 정치적 올바름, 정체성 정치 등에 대한 단호하고 직설적인 비판자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환호하는 주된 이유로 그의 반페미니즘 메시지를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피터슨은 이대남의 교주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메시지는 수상쩍은 부분도 적지 않다. 모든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면서 사회구조적 요인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김남중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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