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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그린 아날로그 첫사랑… 관객에 설렘을 선물하다

28일 개봉 ‘비와 당신의 이야기’

오는 28일 개봉할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소희(천우희·왼쪽)와 영호(강하늘)가 서로에게서 온 편지를 확인하는 모습. 키다리이엔티, 소니픽쳐스 제공

이 영화는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에 빠진 후 갈등하다 이별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주인공 영호와 소희가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다.

배우 천우희와 강하늘이 주연을 맡고 조진모 감독이 연출한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무료한 일상을 이어가던 삼수생 영호(강하늘)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해온 초등학교 시절 친구 소연을 떠올리고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운동회 날, 달리기하다가 넘어진 영호가 다시 일어서 결승선까지 달려오자 소연은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수돗가에서 손수건을 건넨다. 소희(천우희)는 아픈 언니 소연을 대신해 답장을 보내며 영호에게 부탁한다. “몇 가지 규칙만 지켜줬으면 좋겠어.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

소희는 영호의 편지를 기다리며 설렘을 느낀다. 소희의 편지로 영호의 일상은 생기를 찾는다. 꿈을 찾지 못한 채 어머니가 운영하는 서점과 언니가 입원한 병원만 오가던 소희의 무채색 삶도 빛깔을 찾아간다. 둘은 힘겨운 서로의 청춘에 위로가 된다. 12월 31일에 비가 오면 만나자는, 불가능에 가까운 약속을 한 영호와 소희는 만날 수 있을까.

자극적인 장면은 없다. 등장인물의 감정선에도 큰 파고가 없다.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관객들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작은 물결이 치듯 섬세하게 오르내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청춘에 대한 관객 각자의 기억,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는 영호와 소희의 상황과 감정에 대한 상상이 개입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멜로물의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 서로를 상상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다가가는 모습을 그린다. 여백 많은 편지, 비와 우산, 오로라 등이 감성을 적시고 구형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등 2000년대 초반의 소품이 따뜻한 감정을 불러온다.

CGV 용산에서 20일 언론배급시사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 감독은 “사람이 만나는 데는 기다림이 존재하고, 누군가가 취하는 태도와 건네는 말에 따라 지금의 내가 바뀐다”면서 “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소재지만 어떤 상황에서 마주치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와 거기서 비롯된 감정, 타인에 대한 상상력을 그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영화에서 다소 무거운 연기를 선보였던 천우희의 밝고 따뜻한 모습과 강하늘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돋보인다.

강하늘은 “처음에 영호라는 인물은 많이 비어 있었고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편한 방식으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다른 작품은 어느 정도 만들어진 캐릭터에 입각해 ‘어떻게 맞춰가야 하나’ 고민했다면 이번엔 영호의 빈칸을 진짜 나 강하늘이 하는 반응들, 내가 짓는 표정, 내가 하는 호흡으로 채우려 했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연기할 때 어떤 모습을 극대화했다기보다 ‘가만히 존재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면서 “지금까진 극 속 캐릭터에 분해서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했다면 이번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최소한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대본을 쓴 작가의 감수성이 두 배우에게 전달돼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기적처럼 이뤄졌다. 꿈의 캐스팅이었다”며 두 배우의 연기를 칭찬했다. 오는 28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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