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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성난 민심의 부스터 샷

임성수 정치부 차장


“백신을 미리 잘 맞았다.” 지난 7일 재보궐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한 뒤 여권 고위 관계자가 했던 말이다. 미리 한 번 큰 패배를 당한 것이 오히려 코로나19 백신 접종처럼 예방 효과를 내서 내년 대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정신 승리’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기자 역시 패배도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조건이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줬던 국민이 왜 불과 1년 만에 등을 돌렸는지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고칠 건 고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전혀 ‘민심 백신’을 맞은 사람들 같지 않다.

“개혁의 바퀴를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많은 국민들께서 염원하는 개혁 입법을 흔들리지 않고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그동안 무슨 개혁의 바퀴를 굴렸고 누가 염원하고 있다는 걸까? 검찰 개혁이란 명분으로 민주당이 지난해 1년 내내 한 일을 되돌아보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인 윤석열 전 총장을 인사와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고립시켰고, 급기야 얼기설기 모은 증거로 징계하려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추 전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실상 경질됐던 처참한 패배였다. 좌충우돌했던 추 전 장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뒤에서 열심히 검찰 개혁을 부르짖으며 부추겼던 일들이다. 그렇게 쫓아내려 했던 윤 전 총장은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게 ‘검찰 개혁’인가.

검찰 개혁의 자랑스러운 성과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떤가. 공수처가 검사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고,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단 한 명도 없다는 비판은 신생 조직이 거칠 수밖에 없는 성장통이라 치자. 하지만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제네시스 관용차로 모셔 와 ‘황제 조사’를 한 건 ‘개혁 대상’이라는 검찰조차 함부로 하지 않는 행태다.

‘언론 개혁’이라는 말은 기성 언론 전체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민주당 의원들이 단골로 출연하며 가장 아끼는 ‘언론’은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이다. 정청래 의원은 김씨에 대해 “진실에 대한 탐사보도도 압권”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개표 조작설, 천안함 좌초설, 이용수 할머니 배후설 등 터무니없는 오보와 음모론을 퍼트려 왔다. 평범한 기자가 김씨가 낸 오보와 비슷한 오보 단 하나라도 냈다면 아마 사표를 내고도 부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통방송에서 고액 출연료를 받으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선거 뒤에 ‘김어준 구하기’에 열심이다. 이게 언론 개혁인가.

개혁이라고 부른다고, 개혁한다고 목소리만 높인다고 뭐든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혁 과정이 절차를 지켜야 하고, 개혁의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개혁 주체는 개혁 객체보다 유능하고, 윤리적으로도 흠결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세운 개혁은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가 민주당 선거 패배의 원인을 ‘내로남불’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을까. 결국 남은 것은 개혁이라는 공허한 구호, ‘우리는 개혁 세력’이라는 자아도취뿐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두 차례 접종해야 효과가 있다. 효과가 지속되려면 ‘부스터 샷(Booster Shot·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선거 참패라는 백신을 한 차례 맞고도 반응하지 못한다면 성난 민심의 2차 접종과 부스터 샷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년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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