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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불빛 멈춤

한승주 논설위원


고요한 어둠 속 ‘지구의 속삭임’을 느껴보세요. 포스터는 이렇게 유혹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 전국 소등행사를 알리는 내용이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어제 저녁 8시부터 10분 동안 불이 꺼졌다. 서울 남산타워, 부산 광안대교, 청와대, 정부·지방자치단체 청사와 2500개 단지 가까운 아파트가 잠시 불빛을 멈췄다. 불을 끄고 나니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깜깜한 밤길에 따듯한 달빛과 별빛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밤에도 휘황찬란한 불빛이 지배하는 대도시에서 달과 별을 또렷이 볼 수 있는 건 생경한 경험이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시간, 고작 10분이지만 그 효과는 컸다. 불끄기를 약속한 건물들이 10분간 모든 조명을 소등했다면 약 52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30년생 소나무 7900여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한 양이다.

지구의 날은 미국에서 일어난 해상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1970년 시작됐다. 유엔 같은 세계적 기구가 아니라 순수 민간 차원 운동으로 첫 행사는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밀려 환경 문제는 뒤로 밀리면서 90년대 이후에야 다시 관심을 받게 됐다. 우리 정부는 2009년부터 지구의 날을 기념해 행사를 하고 있다. 환경부가 오는 28일까지 운영하는 올해 기후변화주간의 주제는 ‘지구 회복’이다. 탄소중립은 더 이상 먼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바다와 맘껏 숨 쉴 수 있는 공기. 이를 위해선 지금 당장 우리의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는 지구의 날을 맞아 방탄소년단이 출연한 글로벌 수소 캠페인 특별 영상을 공개했다. 주제는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 이 영상에 나오는 이들은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고, 식물을 키우고, 재활용 원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집에서 용기를 가져가 물건을 담는다. 거창한 것 말고 주변의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10분 불끄기라는 작은 실천이 큰 힘이 됐듯이 일상 속 소소한 변화가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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