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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김일성 회고록

손병호 논설위원


국내 서점에서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교보문고, 예스24 등에서는 23일 현재 ‘세기와 더불어’ 8권 세트를 28만원에 판매 중이다. 책은 북한 관련 무역업을 하는 기업인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가 펴냈는데 북한에서 출간된 원전 내용 그대로라고 한다. 출판사 측은 “김일성이 1945년 8월 일제로부터 해방되는 그날까지 중국 만주벌판과 백두산 밀영을 드나들며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던 기록”이라고 책을 소개했다.

문제는 이 책이 2011년에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규정됐다는 점이다. 1994년에도 국내의 다른 출판사가 이 책을 출간하려다 압수수색을 당하고, 출판사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실제 역사와 동떨어진 내용이 많고, 김일성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에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 간행물 심의 대상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런 책을 손쉽게 살 수 있다는 것도 뜻밖이지만 더 놀라운 건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 일각의 반응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김일성 회고록은 상당 부분이 허구인데 그런 우상화 논리에 속아 넘어갈 국민은 없다”면서 “높아진 국민의식을 믿고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예전 같았으면 정부가 왜 이적표현물을 출간하게 내버려뒀느냐며 펄쩍 뛰었을 텐데, 오히려 정반대로 출간을 허용해주자고 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김일성 회고록은 판타지 소설”이라며 하 의원 제안에 동조했다.

하 의원이나 진 전 교수 지적대로 북한 책이나 문물을 허용하더라도 북한 체제를 동경하거나 김일성 일가를 칭송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 체제보다 남한이 훨씬 더 낫다는 걸 실감하고, 북한의 선전물이 얼마나 허황됐는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국가보안법 7조가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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