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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평화와 공동번영 앞세워야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인류는 국제 평화를 위해 유엔을 창립하면서 5대 강국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와 거부권을 부여했다. 체제나 이념이 달라도 강대국 간 정면 대결은 반드시 막자는 취지였다. 1980년대 말 동구 공산정권의 몰락과 소련의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자 인류는 지구촌 한마을 시대가 왔으니 평화 공존은 물론이고 자유무역을 통해 공동 번영을 추구하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9·11 테러를 자행한 알카에다 같은 테러 집단은 이를 파괴했고, 압도적 권력과 부를 보유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인류 여망을 저버렸다. 미국 국익만 앞세운 보호무역과 일방주의적 외교로 국제 협력보다 각자도생의 국제 질서를 조장했다. 동맹과 우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후, 전염병, 비확산 등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 국제 협력에 나선 조 바이든의 미국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체제와 인권을 명분으로 핵 강대국인 중국·러시아와의 대립을 불사하고, 정치·경제·군사안보·이념 등 다방면의 대립에 동맹국들을 가담시키려 해서 국제 평화와 공동 번영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동맹인 우리는 미국과 중·러 갈등 국면에서 전략적 난관에 처했으므로, 한·미동맹이 우리 국익에 손해보다 혜택이 많도록 개선·발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미국 요구를 반영해 방위비 분담금을 성의껏 인상해 주었지만 가시적 보답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중대 문제라고 한다. 600배의 경제력과 300배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으니 상호 안보의 관점에서 점진적·단계적으로 상호 신뢰를 도모하면서 합의를 추진하면 북핵을 어렵지 않게 포기시킬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대북정책 검토 결과 발표는 더디다.

미 국무장관이 서울에 와서 대북 협상을 거론하기보다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만 비난한 것도 우려스럽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면서 한국에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주는 중국의 반민주행동에 함께 대항하자는 발언을 함으로써 한국을 미·중 대립의 전초병으로 내세우려는 의도를 노정하기도 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문제 삼고 인권을 존중한다면서도 한·일 갈등을 일으킨 독도 영유권과 인권 측면을 외면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만 강조하니 사실상 일본 편을 드는 것 같아 유감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도 당연히 북·중의 체제와 인권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문제 삼아 이들과 갈등만 벌이게 되는 어리석음은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체제가 더 우세하므로 이들과 평화를 유지하고 선의의 경쟁과 교류·협력을 통해 이들 국민을 감화시켜 동구처럼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더 현명한 전략이다. 미국이 이를 깨닫기를 소망한다. 또 갈등 관계에서는 북핵 문제, 한반도 평화 유지 및 제도화, 남북 경협, 평화통일 기반 조성은 시작도 못 하게 된다. 특히 총체적인 체제 안보 딜레마 상황에 처한 북한의 경우 인권을 문제 삼으면 위기의식이 더 고조돼 오히려 외부의 적대시 정책을 명분 삼아 주민 통제와 동원을 강화하면서 무력 도발에 나설 유혹을 느낀다.

사드 배치 때 미국이 우리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구경만 한 것에서 보듯 미국 희망대로 반중 노선에 가담한다면 뒷감당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대중 노선이 대립, 경쟁, 협력 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협력 부문에 적극 동참하고, 경쟁 부문에선 국익에 맞는 정부의 동참과 함께 민간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며, 대립 부문은 부득이한 상황이 전개될 때까지 관망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지혜로 국익을 지켜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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