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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집단면역 가능할까

김경택 이슈&탐사1팀장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할 사람은 신청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정말 맞아야 하는 거냐.” 80세를 바라보는 아버지는 여전히 백신을 맞아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이런 고민은 특정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코로나 공포를 피할 수 있는 백신과 실체를 알 수 없는 백신 부작용, 이번에 접종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언제일지 모른다는 불안감까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믿는다면 백신 부작용은 심각한 게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승인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매우 흔하게(10% 이상) 나타난 이상 사례는 주사 부위의 통증과 멍, 피로, 두통 등이었으며 증상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 수준으로 백신 접종 후 며칠 내 사라졌다’고 돼 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선뜻 “백신 접종을 서두르자”고 권하기는 어렵다. 최근 AZ 백신의 이상 반응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은 희귀혈전증을 AZ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분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신 정책과 관련한 회의에서 “우리는 AZ(접종)에 대해 설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40대 간호조무사가 AZ 백신을 맞은 뒤 사지마비 증세로 입원했다.

정부 메시지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탓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다음 겨울에 접어드는 11월까지 집단면역을 이룰 것”이라며 “백신 불신을 조장하는 가짜 뉴스를 경계해주시고 백신 접종에 적극 협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에도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모든 가능성에 치밀하게 대비하며, 11월 집단면역을 차질 없이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어떤 백신이든 백신의 안전성을 정부가 약속하고 책임진다”면서 “정치권과 언론도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들을 경계하면서 안정된 백신 접종을 위해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집단면역을 자신했던 문 대통령은 한 달여 뒤인 지난 1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방역 상황은 여전히 안심하기 어렵고, 집단면역까지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난관이 많아졌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추정된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목표 역시 변함없이 유지 중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집단면역의 난관을 언급했던 날,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목표대로 11월 집단면역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다국적 백신 제조사와 맺은 계약대로만 백신 확보가 이뤄진다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

하지만 집단면역 목표가 ‘희망 고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는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국민이 코로나 극복에 필요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일은 중요하다. 백신 생산국의 자국 우선주의뿐 아니라 강대국 사이에 끼인 외교적 한계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문제는 현재 어느 제조사 백신이 언제 얼마만큼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이에 따른 연령대별 접종 계획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직접 CEO와 화상 통화를 해 5월부터 공급받기로 했다는 모더나 백신의 도입 시점도 밀린 상태다. 백신 확보 전쟁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나라가 집단면역 달성 시점을 쉽게 말할 수는 없다.

김경택 이슈&탐사1팀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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