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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칼럼] 팬덤 정치가 내년 대선 망친다


재보선 결과 분석 지표들은 묻지마 지지가 패배 요인이며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건 중도층이라는 점을 가리켜
강성 친박이 보수 궤멸 불렀듯 닥치고 친문 정치가
정권 교체 여론 높여… 제3세력 구체화
상식적 합리적 중도층 생각을 읽지 않고서는 집권 성공 못해

내년 대선 승패는 중도층이 결정한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결과의 분석은 이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대깨문 같은 여권 강성 지지층이나 일부 지역 정서에 충실한 사람들은 거세게 부정하겠지만, 부정한다고 중도층이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내년 3월에 중도층이 어느 쪽으로 확 쏠릴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지금대로라면 결과도 비슷할 게다. ‘닥치고 지지’를 몹시 혐오하며, 권력의 오만을 차곡차곡 기억해 투표에 반영한다는 중도층의 본질이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비타협적인 권력을 무지 싫어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4년 전 중도층이 문재인 정권을 절대 지지했던 이유는 배타적 비타협적 국가 운영으로 민주주의 퇴행을 드러냈던 박근혜 정권을 상식선에서 대응한 것이다. 이번 재보선도 중도층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표를 던진 결과다. ‘닥치고 개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졌다는 주장은 강성 지지자들끼리의 정신승리법 분석일 뿐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이 힘을 발휘하는 동네에서나 통용될 주장이다.

지난주 4개 여론조사기관 공동의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제1야당으로 정권 교체 37%, 제3세력으로 정권 교체 23%다. 60%가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고, 정권 유지는 31%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이유는 ‘여당이 잘못해서’가 61%, ‘전임 시장에 대한 심판’이 18%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겼다는 응답은 다 합쳐봐야 7% 정도로 무의미하다.

재보선 이후 여러 지표는 중도층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힘을 알게끔 해준다. 15년 가까운 친이 친박 친문의 정치를 경험하며 상식적인 중도층은 배타적인 정치, 특히 열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팬덤 정치의 폐해를 목도했다. 이제 중도층의 생각을 읽지 않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팬덤 정치가 내년 선거를 망칠 수 있다.

선거는 보통 가치투표냐 이익투표냐로 갈린다. 일관되게 한쪽에 무게를 둬서 선택하는 이들도 있고, 분위기 또는 시대정신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는 경우도 많다. 가치투표는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 등에 영향을 받는다. 진보냐 보수냐는 전형적인 가치투표 형태다. 이 정권은 공정·정의를 어느 것보다 강조했다. 그런데 외신까지 선거 패인으로 ‘내로남불’을 적시할 정도로 ‘선택적 공정’은 가치 전도 현상을 불러왔다. 정권 핵심 세력이 내걸었던 가치는 한때 지지했던 중도층 시각으로 보면 엉망진창이 됐다. 그걸 기득권 반동이라고 무차별 공격하는 건 책임 회피를 위한 어설픈 피해자 코스프레로 비겁하기까지 하다.

이익투표는 자신의 이익에 기반해 선택한다. 부동산이나 취업, 중소자영업자 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이번 정권의 책임만이 아니다. 하지만 23번의 부동산 정책이 시사하듯 성과가 없었다. 정책의 결과로 이익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그것을 전혀 얻지 못할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구호만 있었던 정책의 부실한 결과물은 이익투표 행위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권은 가치투표와 이익투표 두 가지 모두 패배했다. 그런데도 성찰 없이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보는 쪽으로 대선 지도부가 짜여지니 아무래도 당내 패권이 우선인 모양이다.

가치와 이익이 만나는 지점, 말하자면 유용성이 극대화하는 지점이 중도층이 선택할 곳이다. 무조건 추상적인 가치를 좇지 않고, 남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기(계층) 이익을 현실화하는 게 중도층의 선택 기준이다. 막스 베버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적절한 조화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쓰자면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함께 갖춘 태도라 할 수 있다.

중도층이 제3세력에 관심을 갖는 건 이런 상식과 합리성 때문이다. 여권의 몰아세우기가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권 후보로 키웠듯이, 지금 여야에서 진행 중인 ‘도로 문파’ ‘도로 한국당’ 움직임은 제3세력 형성 조건의 충분한 자양분이다.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지는 선거가 실적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면 대선은 5년을 맡기는 미래적 투표 성격이 강하다. 20, 30대는 물론일 테고 중도층도 과거에서 헤매는 정치 세력에 시선을 주지 않는다. 2022년 대선, 중도층의 생각과 중도층의 시각을 읽지 못하는 정치 세력은 이길 수 없다.

김명호 논설고문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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