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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석 칼럼] 윤석열, 대선 완주할 수 있을까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수위인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완주하지 못할 것이란 여론은 아이러니
대선 지지율 압도적 1위였던 이회창 고건 전 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대권 행보 나섰다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
지금 지지율은 현 정부 반감과 반문 정서 기인, 정치적 역량 혹독한 검증 통과가 관건

대통령 선거를 10개월여 앞둔 지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절묘한 시점에 검찰총장직을 중도사퇴해 ‘별의 순간’을 잡은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여의도 정치판에 본격 뛰어든 것은 아니지만 그의 언행이나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이러니한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대선에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46.5%로, 완주할 것이라고 보는 39.3%보다 많았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주자가 대선에서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니 대체 무슨 소릴까.

과거 윤 전 총장 못지않게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안고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대권 행보에 나섰던 관료 출신 인물들을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두 번이나 대통령 권좌에 가장 가까이 갔던 대법관 출신 이회창 전 총리. 김영삼정부 시절 ‘대쪽’ 이미지로 감사원장을 지낸 그는 총리까지 역임하며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이후 집권당인 신한국당에 입당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1997년, 그리고 제1야당 시절인 2002년 잇따라 당 대선 후보가 됐지만 실패했다. 아들 병역 비리 의혹 등 각종 악재도 문제였지만 결국 큰 정치를 하는 유연성이 떨어진 게 실패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고건 전 총리는 세 번의 장관, 두 번의 서울시장과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역임하면서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압도적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했지만, 대선을 1년 앞둔 2007년 1월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득권을 버리고 제3지대에서 새로운 대안 정당을 만들자고 호소했지만, 호응이 미약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17년 1월 10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대선 출마를 선언, 보수층의 유력 대선 주자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가 됐다. 하지만 20여일 만에 돌연 대권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특정 정당에 들어가지 않고 고 전 총리처럼 제3지대에서 대권 행보에 나서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포기했다.

차기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23일 방송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검사밖에 안 해봤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그의 높은 지지율은 업적으로, 성과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반사이익 측면이 크기 때문에 견고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선 후보 윤석열’을 만들어낸 기저에는 현 정부 실정에 대한 반감,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깔려 있다. 문제는 그것이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만들어낼 순 있지만,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정치 초년병인 윤 전 총장이 얼마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그가 국민의힘 등 기존 정당과 손을 잡을지, 제3지대에서 새로운 정치결사체를 조직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세력 형성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자강론을 펼치는 국민의힘도 지금은 그를 귀중한 자산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그에게 꽃길만 깔아줄 리 만무하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게 적폐청산의 칼날을 휘둘렀던 그에게 반감을 품은 일부 보수층 반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가 대선 후보로서 무대에 서는 순간부터 몰아칠 온갖 검증을 제대로 통과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논란이 많은 장모와 부인 비리 의혹은 물론 사돈의 8촌까지 주변 모든 인사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쓰나미처럼 이어질 것이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27일 방송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자기 검증과 국민에 대한 자기 증명을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윤 전 총장에게 내년 대선 투표일까지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지지율은 선거 구도와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언제든, 하루아침에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윤 전 총장이 끝까지 완주할 것인지가 내년 대선 최대 관전 포인트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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