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민물 교차… 참게가리장·재첩회·벚굴 ‘3색 별미’

하동 섬진강으로 떠나는 맛 여행

해 질 무렵 경남 하동군 하동읍 상저구마을 섬진강 나루터에 재첩잡이 배들이 ‘거랭이’ 등 재첩잡이 도구를 싣고 정박해 있다.

‘하동 섬진강’은 전남 구례군 간전면과 연결되는 남도대교부터 이어지는 섬진강 하류다. 전북·전남에 걸쳐 있는 상·중류에서 오밀조밀한 물길로 흐르다 그 폭이 넓어지며 강다운 강으로 바뀌는 곳이다. 1987년 하굿둑이 들어선 낙동강과 달리 섬진강 하구에는 둑이 없다. 덕분에 바닷물·민물이 교차하며 독특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내놓고 있다.

참게는 재첩과 함께 하동 섬진강을 대표하는 식재료다. 바닷물과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건져 올린 참게는 비린 맛이 덜할 뿐 아니라 참게 본연의 강한 맛을 낸다. 대표적 참게 요리로 참게장과 참게탕이 있지만 하동에선 토속음식 ‘참게가리장’을 꼭 맛봐야 한다.

섬진강 식재료로 차린 참게가리장.

참게가리장은 음식이 귀했던 시절 참게를 적게 넣고 양을 늘리기 위해 밀가루를 풀어 만든 음식이다. 요즘에는 싱싱한 섬진강 참게를 밑바탕으로 찹쌀가루, 들깨, 콩가루 등의 곡물과 감자, 느타리버섯, 양파, 대파 등 다양한 재료를 듬뿍 넣어 구수하게 끓여 낸다. 곡물의 구수함에 참게 특유의 시원함, 매운 고추의 칼칼함과 방아향까지 더해져 걸쭉하면서 얼큰·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하동 섬진강의 또 다른 명물 식재료는 재첩이다. 모래가 많은 강바닥에 서식하는 민물조개로, ‘갱조개’라고도 한다. ‘강조개’의 하동 사투리다. 타원형에 가까운 껍데기 표면에 유난히 광택이 난다. ‘하룻밤 사이에 3대를 볼 정도로 첩을 많이 거느린다’고 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재첩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다. 한때 하동 섬진강은 ‘물 반 재첩 반’이라 할 정도로 재첩이 흔했지만 섬진강 상류 댐 건설과 유입 수량 감소 등으로 서식환경이 변화하면서 채취량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하동 섬진강은 바다와 강이 만나고 모래가 많은 데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재첩이 많이 난다. 하동 재첩은 최상품으로 대접받는다. 재첩에는 숙취 해소에 도움을 주는 니아신(비타민B3), 탄수화물과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B1, 간기능 유지와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E, 빈혈 치료에 도움이 되는 철분, 면역강화, 성호르몬 생성 등에 필수적인 아연,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칼슘과 인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진강 식재료로 차린 재첩회무침.

재첩은 껍데기를 분리한 진줏빛 속살을 끓는 물에 삶아 국으로 내거나 회무침으로 먹는다. 뽀얗게 살이 우러난 재첩국에 부추와 파 등을 송송 썰어 넣은 재첩국은 해장국으로 인기다. 하지만 섬진강의 봄맛을 제대로 보려면 ‘재첩회’가 제격이다. 재첩을 삶아 골라낸 속살을 배, 오이, 당근 등 아삭한 채소와 초고추장을 넣고 버무려 먹는다.

재첩은 통상 4월부터 10월까지 채취한다. 배틀방이라는 도구를 배에 묶어 끌고 다니면서 강바닥에 있는 재첩을 긁어 잡는 형망어업과 가슴까지 올라온 장화를 신고 물속에 들어가 ‘거랭이’로 불리는 도구를 이용해 모래와 펄 속에 숨어 있는 재첩을 잡는 전통 손틀방류어업으로 이뤄진다. 손틀어업은 2018년 11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섬진강 기수역에서 재첩잡이가 이뤄지는 수역은 140㏊ 정도다. 여기서 채취되는 규모는 국내 재첩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섬진강 재첩의 원조마을로 알려진 하동읍 상저구마을이 대표적이다. 재첩 맛집이 즐비하고 재첩특화마을도 조성돼 있다. 이제 막 재첩잡이가 시작됐다. 다음 달부터 본격 수확에 들어간다.

섬진강 식재료로 차린 벚굴.

또 다른 봄철 섬진강 미식거리인 벚굴은 이제 끝물이다. ‘강굴’로도 불리는 벚굴은 기수지역에서 자라는 초대형 굴이다. 알맹이가 어른 손바닥보다 커 한입에 넣기 어려울 정도다. 간간한 듯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풍미를 더한다. 일반 굴보다 영양가도 높고 피부미용에도 좋다. 하동에서 벚굴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들은 신방마을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 녹차 시배지인 하동에선 녹차도 빼놓을 수 없다. 섬진강에 인접한 하동은 다습하고 밤낮으로 기온차가 커 차나무 재배지로 최적이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덖음’ 기술을 활용해 고급녹차를 생산한다. 지리산 기슭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야생차밭에서 녹차 수확이 한창이다.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 고급녹차 생산량이 전체의 95%를 넘는다.



하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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