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이 만든 티없는 세상… 몸과 마음에 봄이 흐른다

화개천~섬진강… 경남 하동의 수려한 풍경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 인근 계곡 가운데 우뚝한 ‘서산대사 명상바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머리카락이 성기게 난 거대한 얼굴 위에 하얀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다. 계류 옆 척박한 바위틈에 피어난 진홍색 수달래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옆으로 화개천이 흐른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발원해 탑리에서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약 16㎞의 물길이다. 화개계곡은 수려한 자연과 역사적 자취로 가득하다. 웅장한 물줄기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시원한 풍경을 제공한다.

화개천 상류 지리산 벽소령 아래에 공기 좋은 오지마을 빗점골이 있다. 빗점은 여러 비탈 밑 자락이 한군데로 모이는 곳이란 뜻이다. 토끼봉 쪽에서 왼골이 흘러들고 명선봉에서 산태골, 연하천과 형제봉 사이에서 절골이 발원해 이곳으로 흘러들어 합수된다. 빗점골은 1948년 말부터 53년까지 5년간 빨치산을 이끌던 남부군 총사령관 이현상(1905~1953)이 사살된 곳이다. 이현상 최후 격전지와 아지트도 남아 있다.

빗점골 아래 의신마을 바로 위에는 물가에 피는 철쭉인 수달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바위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서산대사(1520~1604)가 자주 찾았다고 알려진 ‘서산대사 명상바위’다. 계곡 중앙에 자리잡은 공 모양의 거대한 바위 위에 소나무 세 그루가 올라앉아 있다. 얼핏 머리카락이 성기게 난 얼굴처럼 보인다. 그 앞 척박한 바위틈에 화려한 진홍색 꽃이 주변 연둣빛과 어우러져 잊지 못할 풍경을 풀어놓는다.

의신마을에 지리산역사관이 있다. 지리산의 화전민 생활상과 빨치산 토벌 작전 및 그 전과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의신마을은 베어빌리지마을이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을 테마로 운영된다. 2014년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차원에서 지리산에 방사한 뒤 적응 불가 판정을 받은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있다. 2003년 팜스테이마을, 2009년 녹색농촌체험마을·산촌생태마을(산림청)에 이어 2010년 체험휴양마을로도 지정됐다.

화개천 지류를 따라 의신마을에서 신흥마을로 1㎞에 이르는 선유동(仙遊洞)은 바위와 나무가 조화롭고 은밀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통일신라 때 최치원이 은거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최치원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지리산으로 들어가면서 ‘귀를 씻었다’는 세이암(洗耳岩)이 있고, 그가 은거했던 곳을 이르는 삼신동(三神洞)을 새긴 바위도 있다. 지리산으로 들어설 때 꽂아놓고 간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자랐다고 전해지는 푸조나무도 우뚝하다.

더 내려오면 산비탈을 따라 봄볕을 받아서 반짝이는 차밭이 반긴다. 심어 기른 차밭도 있지만,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를 이어 산비탈에 스스로 뿌리를 내려 자라난 야생 차나무가 적지 않다. 초록 융단처럼 펼쳐진 차밭 사이 거대한 바위가 이를 대변한다.

이곳을 지나면 화개천은 섬진강에 스며든다. 섬진강 바로 옆에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 넓게 자리한다. 토지의 무대를 재현한 최참판댁이 들판을 굽어보고 있다.

고소산성에서 내려다본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그 뒤 지리산 자락 형제봉 중턱 해발 300m 고지에 고소산성이 있다. 한산사에서 800m를 올라야 닿는다. 처음 400m는 가파르지만 나머지 400m는 다소 완만하다. 산성은 길고 모난 돌을 작은 돌들과 함께 단단하게 쌓아 올린 길이 560m, 높이 4.5m 비교적 큰 규모다. 두 개의 성문이 있다. 안내판에 ‘일본서기’ 기록을 근거로 고령 대가야가 백제 진출에 대비하면서 왜와 교통을 위해 성을 쌓았다고 전하고 있다. 신라 또는 백제 때 쌓은 성이라는 설도 있지만 가야성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성 위에 서면 평사리 들판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들판 한가운데 자그마한 호수 동정호도 뚜렷하다. 중국 후난(湖南)성의 웨양(岳陽)에서 악양면 지명을, 후난성의 명소인 둥팅(洞庭)호에서 호수의 이름을 따왔다. 호수에는 출렁다리와 ‘천국의 계단’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인근엔 한 쌍의 소나무인 ‘부부송’이 들판 가운데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정호에 새롭게 들어선 빨간색 출렁다리.

고소산성 아래 ‘스타웨이 하동’이 있다.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섬진강 수면으로부터 150m 상공에 별 모양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스카이워크다. 남동쪽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이르면 평사리 들판을 굽어보고 구재봉을 마주한다. 북서쪽 전망대에서는 구례 방향으로 올라가는 섬진강 물길이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 옆 별 모양 스카이워크 ‘스타웨이 하동’.

여행메모
고소산성~형제봉 등산로 폐쇄 중
야간관광 ‘섬진강 달마중’ 재개

하동 화개계곡으로 가려면 순천완주고속도로 구례·화엄사나들목에서 나가 19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향한다. 구례를 벗어나면 바로 화개계곡으로 들어서는 입구인 화개장터를 만난다. 이곳에서 1023번 도로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의신마을에 다다른다. 지리산 역사관은 무료다.

계곡을 끼고 펜션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켄싱턴리조트 지리산 하동은 2015년 개관한 객실 115개의 규모로, 객실에서 화개계곡과 차밭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을 갖추고 있다.

고소산성은 한산사에서 20분쯤 걸린다. 고소산성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신선대 구름다리 공사로 폐쇄 중이다. 기존 출렁다리를 철거하고 길이 137m, 폭 1.6m 규모의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현수교로 설치되며 막바지 공사 중이다. 스타웨이 하동의 입장료는 어른 기준 3000원, 최참판댁은 2000원이다.

평사리 섬진강에서는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된 ‘섬진강 달마중’이 지난달부터 다시 운영 중이다.

하동=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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