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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노트] 좋은 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말한 시인은 메리 올리버다. 그렇다. 질문하지 않으면 인생은 생기를 잃으며, 사랑하지 않으면 온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시인의 이 말이 좋아 출퇴근길에 보려고 사무실 계단에 시트지로 곱게 붙여 놓았다. 나 말고도 누군가 이 문장을 읽으며 아침과 저녁에 시적 기운을 얻으면 좋을 일이다.

오늘 아침도 나는 이 문장을 바라보며 출근했다. 계단을 오르며 나는 인생에서 궁금한 것, 질문에 대한 답을 어디에서 구했나 생각해보았다. 주로 책이었다. 연령도 성별도 지역도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펼치면 되는 책. 물론 책이 정답만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질문을 던지면 다른 질문으로 되묻는 책도 많았다. 그러나 책에서 만난 지식과 삶의 이야기는 내 안에 흡수돼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입맛에 맞는 달콤함이 아닌 낯설고 쓰디쓴 답의 힌트를 얻을 때면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경험이 풍부한 사회 지도층 어른을 만나 책을 기획했다. 인생사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은 많겠으나 문학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써달라고 할 수 없었다. 책의 구성을 깊이 고민했다. 기획 논의 중에 누군가 질문을 던진다면 그 답을 쓰고 싶은 마음에 글 쓰는 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그분은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그 순간 머릿속이 밝아졌다.

저자한테 얻고 싶었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질문하고 싶었다. 인터뷰 책은 아니지만 글쓰기의 실마리를 푸는 질문은 필요했다. 독자를 상상하며 궁금한 사항을 적어 내려갔다. 우리에게는 우주가 선물한 질문하는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질문의 개수도 한없이 늘어났다. “어떤 순간에 시적 느낌, 예술적 느낌을 갖나요?” 같은 추상적 질문부터 “돈을 떼인 적이 있나요? ” 같은 실용적 질문까지 정리했다. 어떤 질문은 글로 답하기에 적절하지 않고, 또 다른 질문은 소화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저자의 첫 반응이었다. 사실 나에게만 절박한 문제에 관한 질문은 상대방에게 부담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바람결에 흘려보내 버려도 좋을 질문은 그대로 허공에 남는다.

좋은 질문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질문해야 상대방에게서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이란 인상적인 제목의 인터뷰 책이 있다. 한 방송인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전문가 7인의 말들을 엮은 책이다. 과학자, 건축가, 천문학자, 경제전문가, 문화평론가 등의 전문 분야에 관련된 답들은 코로나 이후 달라질 세상에 대한 점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답은 어려웠고 어떤 답은 너무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 같았지만 함께 고민한 흔적과 이를 정리한 내용은 좋았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질문자인 방송인의 말이었다.

표현은 조금씩 달랐지만 전문가와 우리, 세상 속의 모든 생명체는 연결된 관계라는 전제하에 지식 공유를 강조하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이다. 그러나 그 타인은 내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던지면 그 답을 찾는 동안 삶의 문제를 공유하게 된다. 책을 기획한 이유도 그런 차원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 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 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 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 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 대신/ 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 타인의 시에서뿐이다.”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이란 시의 부분이다. 타인에게서 아름다움을 구할 수 없다면 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질문은 나와 연결된 당신에게서 무언가를 배우고 얻겠다는 의지에서 비롯한다. 그러려면 질문할 대상의 아름다움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 지식의 가치와 정보의 신뢰는 그런 아름다움을 찾는 데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니까. 질문의 힘을 다시 생각한다. 잘 묻는 사람에게 좋은 답이 찾아오리라 믿는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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