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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공수처의 백일 떡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지난 1월 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최대 실착은 김진욱 처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였다. 기나긴 산통 끝에 국민적 여망을 한몸에 안고 탄생했으면 그에 걸맞은 몸짓을 보여줬어야 하건만 되레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를 자초하는 우를 범했다. 이 지검장이 친정권 성향의 인사라서 예우를 할 생각이었다면 더욱 큰 문제다. 공수처 도입 취지를 몰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걸음마를 배워야 할 처지에 검찰과 권한 다툼을 벌이며 다 큰 어른 흉내를 낸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니 육아 매뉴얼 격인 내부 운영 규칙도 마련하지 못한 것 아닌가.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할 시기에 검사와 수사관을 다 채우지 못해 성장의 한계를 보인 점 역시 걱정스럽다.

우려가 큰 상황에서 공수처가 30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과거 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 생후 백일이 되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는 뜻에서 백일상을 차리고 잔치를 벌였던 게 우리 풍습이었다. 공수처로선 축하 자리를 마련할 법도 한데 신뢰의 위기를 의식한 듯 대외적으로는 조용히 지나갔다. 대신 김 처장이 직원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내고 떡을 돌렸다고 한다. 그는 메시지를 통해 “생후 100일이 된다는 것은 태어난 뒤 위험한 고비들을 잘 넘겨 면역력도 갖추고 건강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 하는데 우리 처도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성장했던 것 같다”면서 공수처 초대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강조했다.

하지만 초대 공수처의 역사를 쓰려면 갈 길이 멀다. 과제도 산적해 있다. 김 처장은 직원들에게 ‘공수처가 왜 탄생했는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그 사명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런데 공수처 존재 의의와 사명감은 오히려 논란과 구설에 휘말린 김 처장 본인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도 공수처가 아니라 ‘꼼수처’란 비아냥을 듣지 않는가. 백일잔치는 제대로 못했지만 내년 1월 돌에는 동네방네 떠들썩한 잔치를 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 때 이른 실착이 뼈아픈 패착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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