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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이건희 컬렉션

이흥우 논설위원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우리 문화재 보존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선각자다. 당대 최고 부자 전형필은 일제시대 우리 문화재가 일본인에게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그 엄청난 재산을 국내 문화재 구입에 아낌없이 썼다. 문화재를 구입할 수만 있다면 그에게 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1942년 기와집 10채 값에 해당하는 거금을 주고 손에 넣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대표적이다.

간송 소장품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해 국보가 적지 않다.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청자기린형향로,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청자압형연적, 청자원형연적 등 10점이 넘는다.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이들 문화재는 6·25 전쟁 때 북으로 강제 반출될 뻔 했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간송미술관 등에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간송 소장품도 ‘오구라 컬렉션’에 비하면 약과다. 일제 시대 부동산 투기로 떼돈을 번 오구라 다케노스케(1870~1964)는 닥치는 대로 우리 문화재를 긁어모은 ‘문화재 사냥꾼’이다. 그가 우리 문화재 수집을 위해 쓴 돈은 간송이 투자한 금액의 10배에 해당한다고 한다. 간송은 경매 등 합법적으로 문화재를 구입한 반면 오구라는 도굴 등 불법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수집된 소중한 우리 문화재 1030점이 ‘오구라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국립도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가운데 8점은 일본 중요문화재, 31점은 일본 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됐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유족들이 이 전 회장 소유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국보뿐 아니라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건희 컬렉션’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작품 구입의 자금 출처 및 납세 여부가 논란이 됐다. 유족들의 기증 결정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창고 속에 꼭꼭 숨어있던 이건희 컬렉션을 직접 감상할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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