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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에듀 서치] 학교밖 세상 따라잡으려면 외부 전문가에 교단 문턱 낮춰야


교단(敎壇)에는 교원 자격증 소지자만 서야 할까요. 아니면 교원 자격증 없어도 그만한 자격과 소양을 갖췄다면 허용해도 될까요. 조금 오래된 논쟁이긴 한데 요즘 다시 불붙고 있죠.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며 교원 자격증이 없는 학교 밖 전문가들에게 고교 수업 일부를 맡기려 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지식이 많고 잘 가르쳐도 교원 자격증 없이 단독으로 교단에 서지 못합니다. 외부 전문가는 교사와 협력 수업을 진행해야 하죠. 수업과 기록, 평가가 따로 놀아 교육 활동이 겉돌기 쉽습니다. 그래서 외부 전문가가 단독으로 수업을 맡을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교단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겁니다. 교원 단체들과 예비 교사들의 격한 반발이 예상되지만 추진하는 걸 보면 꼭 필요한 조치로 판단한 듯합니다.

‘교사 철밥통 지키기’ ‘무자격자에게 아이 맡긴다’ 같은 감정적인 공격은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어떤 방향인지 포커스를 맞춰보면 어떨까요.

학부모와 일반 국민들 생각은 어떨까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래교육 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에게 교사 자격을 개방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학부모 응답자 7623명 중 83.4%가 찬성입니다. 고교생 학부모는 85%였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80.5%가 찬성했죠.

교사는 30% 찬성률입니다. 고교학점제와 거리가 있는 초등 교사들의 반발이 가장 격합니다. 17.9%만 찬성했죠. 반면 고교 교사들은 42.8%입니다. 두 명 가운데 한 명 가량은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사실 설문 문항이 좀 편파적이긴 합니다. 그래도 학교가 개방적이고 유연해졌으면 하는 사회적 바람을 읽기에는 충분합니다. 지금 학교가 사회에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죽은 지식을 다수 가르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학교 밖 세상은 빠르게 변하며 가속도까지 붙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압박은 학생·학부모 같은 교육 수요자들로부터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로부터 양 갈래에서 가해지고 있습니다. 당장은 교원 단체들이 힘으로 정부를 누르더라도 이런 압박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긴 어렵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시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진로·적성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을 정하고 국가와 학교, 교사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게 변화의 핵심입니다. 국가가 표준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교사가 수행하는 지금까지의 산업화 시대 모델에서 탈피하는 겁니다. 학생들이 원하게 될 수업은 아마도 대학에 들어가서 혹은 사회에 나가 쓸모 있다고 여겨지는 것일 테죠. 사회의 요구가 학생에게 투영되고 다시 학교 교육에 반영되는 프로세스입니다.

하지만 현행 교원 수급 제도로는 도입 불가입니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수업 수요가 출렁일 것입니다. 어느 해는 사회 교사 3명, 국어 교사 5명이 필요했지만 갑자기 사회 교사 6명, 국어 교사 2명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기껏 교사진을 꾸렸어도 교사들이 순환하면 엉클어지기 십상이죠. 그렇다고 국가공무원인 정규 교원을 무턱대고 늘릴 수도 없죠. 교사 1인이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신규 교원을 양성하고 기존 교원을 연수시키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학교 수업이 학교 밖 세상을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교직의 전문성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가르치는 일은 전문 영역입니다. 성인이 지식을 습득하는 프로세스와 아이들이 다르기 때문이죠. 아이들을 훌륭한 인격체로 이끄는 일은 훈련된 사람이 해야 합니다. 노련한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눈을 몇 번 맞췄는지 기억했다 생활 지도에 활용합니다. 아이들 사이의 역학 관계를 읽고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적기에 교육적으로 개입하죠. 단순히 최신 지식이나 전문적 식견 좀 있다고 넘볼 영역은 아니죠.

그렇더라도 ‘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교단에 설 수 있다는 교원 단체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고려했을 때 오만하게 느껴집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고,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 반드시 한 명은 스승이 있다는 말도 있죠. 교사 자격증 소지자들만 스승의 기본 조건을 갖춘 것이란 생각은 편협합니다.

물론 제도는 정교해야 합니다. 어쨌든 학교 교육의 중심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들이 잡아야 합니다. 교사가 가르치지 못할 영역을 분석해 제한적으로 개방해야 합니다. 학생이 배우고 싶은 분야인데 교원 양성기관에서 다루지 않는 최신 영역, 희소 분야 등이 대상일 겁니다. 양질의 전문 인력들이 학교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 체계도 마련해야 합니다. 교사들도 고개를 끄떡일 인재가 들어와야 경직된 교직 사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입니다.

공교육은 사교육에 참패하고 있습니다.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사교육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는 경고음도 요란합니다. 이미 회복 불능이란 분석마저 나오죠. 교사 탓으로 돌릴 수도 없고 돌려서도 안 됩니다.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계속 실패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정부가 학교 밖 전문가들을 공교육의 우군으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환자는 의사에게, 학생은 교사에게’ 같은 낡은 구호 대신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손을 잡아보면 어떨까요.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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