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이흥우칼럼

[이흥우 칼럼] ‘개혁의 역설’에 빠지다


하염없이 속락하는 文 지지율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 실패
20대 지지 철회가 결정적

개혁 구호 거창했으나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인사 또한 실패 되풀이하면서
개혁 의미 퇴색해져

개혁의 초심 잃지 않아야
국민 신뢰 회복할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하염없이 속락하고 있다.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선이 무너진 지 이미 오래이고, 급기야 30%선마저 깨진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런대로 3040세대는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확고한 진보 지지층이었던 20대 청년층이 돌아서면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청와대에 청년TF를 만드는 등 돌아선 20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다.

지금 20대 처지가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의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기대하며 문재인정부 출범에 아낌없이 힘을 보탰는데 권력만 인간 존스에서 돼지로 이동했을 뿐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궁핍해진 동물들을 자화상으로 삼을 법도 하겠다. 문재인정부는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이 적폐 청산과 개혁이다. 문재인정부 탄생의 원동력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오랜 기간 70~80%선에 머물던 영광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청산의 시간이 지나고 개혁의 시간이 오자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구호는 요란했으나 국민이 느끼는 개혁의 성과는 미미했다. 부동산 개혁이 그랬고, 검찰 개혁이 그랬다. 부동산 대책은 집값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아닌 올리기만 하는 역효과만 낳았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다 지난달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후엔 아예 과거로 회귀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검찰 개혁 또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건지, 아닌지 헷갈린다. 그토록 검찰 개혁을 부르짖더니 후임 검찰총장을 지명하는데 윤석열 총장 사퇴 후 60일이나 걸렸다. 이렇게 태평할 수가 없다. 치밀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검찰 개혁을 추진해 개혁의 본질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윤 총장 존재감만 부각시켜 준 꼴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어떤가. 검찰 개혁의 제도적 성과라는 여권의 선전이 무색하게 존재감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야당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였는데 법 시행 몇 개월이 지나도 아직 조직조차 완비하지 못했다. 하는 행동도 피의자를 관용차로 모시는 검찰의 잘못된 구태나 따라하고 있으니 조만간 공수처를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아마추어 공수처가 검찰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견제는커녕 검찰에 되치기 당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만사인 인사는 ‘망사’가 됐다. 어제 진행된 다섯 명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해명 경연장이었다. 집권 후반기에 지명된 고위공직 후보자는 거의 예외 없이 흠결투성이다. 정권 초기의 참신함이나 개혁 의지를 갖춘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러 흠결 있는 인사를 고른 게 아닐 텐데 유사 사례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인사시스템이 고장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사시스템도 문제지만 의혹투성이 후보를 그대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달하는 부적격 인사가 고위 공직에 오르는 일이 잇따르니 문재인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건 사필귀정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30%는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조금씩 불만이 누적돼 형성된 것이다. 깜짝쇼나 충격요법으로 일거에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지율이다.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중적이다. 국정이 기대에 못 미쳐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하기도 하나 개혁의 속도와 세기가 지나쳐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혁 어젠다가 많을수록, 개혁을 강하게 추진할수록 반대자와 기득권자에게 포위되는 이른바 개혁의 역설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상당 부분이 개혁의 역설에 기인한다.

부동산 개혁과 검찰 개혁은 선한 의지에서 출발했으나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까진 그렇다. 기득권의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했다. 역사적으로 개혁이 성공한 예는 드물다. 실패한 경우가 훨씬 많다. 개혁 의지가 약했거나 현실과 어설프게 타협해서다. ‘문재인표’ 개혁엔 반대해도 개혁의 당위성까지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개혁의 초심을 포기해선 안되는 이유다.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역사가 인정한다.

논설위원 hwle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