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들짝 놀란 사자 등뼈 너머 숨막히는 산상 꽃대궐

철쭉 일렁이는 전남 보성 일림산∼사자산∼제암산 종주 산행

이른 아침 일림산 정상을 찾은 등산객이 붉은 꽃물결 속에서 융단처럼 이어진 철쭉 능선 너머 득량만 일대를 가리키고 있다. 일림산 정상은 100㏊ 이상 규모로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를 자랑한다.

5월 산 위의 꽃은 철쭉이다. 철쭉도 진달래꽃이나 벚꽃처럼 한데 모여 피어 있을 때 아름답다. 그 군락이 산 위에 펼쳐지면 산의 곡선미와 어우러져 꿈틀거리는 붉은 융단으로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 산에서 철쭉의 붉은 파도를 일찍 볼 수 있는 곳은 전남 보성과 장흥에 걸쳐 있는 일림산(日林山·664m)~사자산(獅子山·668m)~제암산(帝岩山·807m) 종주 코스다.

보성군 웅치면 소재지에서 둘러보면 서쪽으로 제암산, 남서 방향으로 사자산, 남쪽으로 일림산이 웅치면을 병풍처럼 둘러싸듯 말발굽처럼 휘돌아간다. 12.4㎞에 걸쳐 이어지는 산줄기는 능선 곳곳에 철쭉꽃밭을 품고 있다. 보성은 물론 전국적으로 최대 규모다. 능선 따라 긴 산행을 해도 매력적이고 산 하나를 선택해 집중 산행을 해도 충분하다.

일림산은 숲이 울창해 산에 들어가면 해를 볼 수 없다 하여 이름을 얻었다. 장흥군에서는 ‘옥황상제의 세 황비가 산 정상에서 노닐던 곳’이란 의미로 삼비산(三妃山)으로 불린다. 일림산 산행은 용추계곡 용추폭포에서 시작한다. 오르는 길에 만나는 편백숲이 멋지다.

정상에 오르면 철쭉꽃밭이 삼각형의 핑크빛 모자처럼 산을 완전히 덮는다. 100㏊ 이상으로 전국 최대의 철쭉 군락지를 자랑한다. 그 너머로 보성 앞바다 득량만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에는 철쭉의 파도가, 득량만에는 바다의 물결이 일렁인다.

골치(骨峙)산을 지나 골치재에 이른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빼앗긴 쌀(공출미)을 이곳을 넘어 수문포구까지 지게에 지고 날라야 했던 한이 서린 골치 아픈 재라 하여 이름붙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사자산. 동서 방향으로 길게 드러누워 있는 사자의 형상을 닮았다. 사자산의 정상은 꼬리 부분으로 미봉으로 통하고, 장흥 방향으로 멀리 솟은 봉우리는 사자의 머리를 지칭하는 사자산 두봉(頭峯·570m)으로 불린다.

사자산 전망대 아래 제암산자연휴양림과 웅치면 들판이 보인다.

사자산에 제암산자연휴양림 방향으로 전망대가 툭 튀어나와 있다. 멀리 임금바위가 제왕처럼 버티고 있는 북쪽 제암산의 웅장한 위용과 함께 웅치면 들판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음은 철쭉평원. 약 2.3㎞의 능선 일대가 철쭉군락지다. 붉은 띠를 이룬 철쭉의 퍼레이드다. 길은 활짝 핀 철쭉나무 사이로 터널을 이룬다.

층층이 3단 형상의 제암산 바위 위에 정상석이 마련돼 있다.

마지막에 우뚝 솟아 있는 제암산으로 향한다. 오르막길에 가족바위가 시선을 끈다. 제암산은 정상 바위의 모양이 층층이 3단의 임금 제(帝) 형상인 데다 주변 바위들이 이 바위를 향해 엎드린 형상을 하고 있어 ‘임금바위산’으로 불린다. 임금바위 위에 정상석이 있는데 아래에도 정상석을 만들어 놓았다. 정상 오르는 길이 위험해서다. 임금바위 일대에서는 사자산을 거쳐 일림산으로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 이어지는 철쭉 ‘꽃대궐’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장흥 천관산과 영암 월출산, 광주 무등산과 고흥 팔영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제암산 아래 비석바위로도 불리는 촛대바위가 우뚝하다. 누군가 깎아 세운 듯 신비롭다.

제암산 바로 아래 깎아 세운 듯 우뚝한 촛대바위가 신비롭다.

여행메모
종주 코스 14~15㎞에 7~8시간 소요
꼬막·녹차떡갈비 먹고 휴양림서 쉬고

자가용으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 보성나들목에서 빠져→보성읍→895번 지방도→웅치면사무소 앞을 거쳐 용추폭포로 가면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보성읍 보성버스터미널에서 용추 행 버스를 이용한다. 용추폭포~일림산~사자산~제암산~제암산자연휴양림 코스는 14~15㎞로, 7~8시간 잡아야 한다. 용추폭포 입구에 무료주차장이 넓게 마련돼 있다. 이 주차장과 자연휴양림 간 거리는 3㎞쯤 된다.

대한다원 제2농장에서 아낙들이 싱싱한 찻잎을 따고 있다.

일림산 주변에 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일림산 아래 회천면 회령마을에 대한다원 제2농장도 있다. 인근 서편제 소리로 유명한 도강과 영천 마을에서 판소리 명창이 많이 배출됐다.

보성에서 벌교의 꼬막을 빼놓을 수 없다. 벌교읍에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들이 밀집해 있다. 녹차 먹인 돼지고기로 만든 보성녹차떡갈비도 유명하다.

보성군이 운영하는 제암산자연휴양림은 밥솥, 냉장고 등을 갖춘 콘도형 숙소다. 휴양림을 기·종점으로 하는 다양한 코스의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보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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