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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백신 특허권

한승주 논설위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국경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바이러스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미국 유럽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더라도 지금처럼 인도에서 하루 수십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다면 팬데믹은 종식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 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백신 특허권을 면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약 60개국은 세계무역기구에 백신 지적재산권(지재권) 규정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상용화된 mRNA 방식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과 기존 독감 백신과 비슷한 원리인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얀센 등 제조사들이 특허권을 포기하게 해서 다른 나라들도 복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방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목소리가 크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 각국 전직 정상과 노벨상 수상자 등 160여명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백신 관련 지재권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특허권을 갖고 있는 제약업체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특허권을 줘도 기술 숙달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자체 제조해 배급하는 게 더 빠르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특허권을 빼앗기면 제약회사가 입는 손실이 크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이미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 화이자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원으로 추정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안정성을 이유로 특허권 면제에 반대한다. 그는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안전성”이라며 “안전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은 한정됐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미국 제약사의 신기술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백악관은 미국이 백신을 제조한 뒤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게 효과적일지, 지재권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백신 생산이 가능해질지는 조만간 미국이 내놓을 결론에 달려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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