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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주도 세력이 누구인가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대선은 인물 경쟁이지만, 후보를 뒷받침하는 세력 간 경쟁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5년 동안 국가 운영을 맡긴다는 얘기다. 후보자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후보자를 보좌하는 주도 세력이 부실하면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더라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는 호남 중심이라는 주도 세력의 한계를 DJP 연대와 학생운동권 출신 386 젊은 피 영입으로 돌파했고, 집권 직후에는 김중권 임동원 등 보수 세력 일부를 끌어들이며 저변을 넓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초반부터 흔들린 것은 주도 세력이 국정 경험 없는 30대 참모진이었던 데다 기존 민주당 세력의 전폭적 지지도 없었기 때문이다. 집권 직후 외연 확대를 모색했지만, 주도 세력의 인재풀이 좁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의 주도 세력은 친노 그룹에서 분화·발전한 친문 그룹과 86세대, 시민단체 출신의 연합군 정도로 평가된다.

한국갤럽 차기 지도자 조사 결과(4월 16일)를 보면 윤석열 25%, 이재명 24%, 이낙연 5%, 안철수 4%, 홍준표 오세훈 2%, 정세균 1%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다. 인물론적 측면에서 보면 윤 전 총장이나 이 지사 모두 장점이 많다. 대선 후보에 어울리는 인생 스토리도 갖췄다. 다만 ‘후보를 보좌할 핵심 세력이 누구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후보 모두 한계가 보인다.

이 지사는 참모진보다 순발력이나 정치적 감각과 같은 개인의 장점이 더 높이 평가받는다. 정성호 조정식 김영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20여명과 경기도 주요 기관에 포진한 인사들이 이 지사를 돕고 있으나, 탄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지사가 민주당 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도 세력을 확장하고, 이를 국민에게 인정받는 수순이 필요하다. 결국 문재인정부 주류인 친문 세력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는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 지사와 친문 세력의 화학적 결합이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도 대선 기간 민주당 주류의 적극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고, 집권 이후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율이 몇 개월 만에 곤두박질친 것은 주도 세력을 늘리려다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호남의 지지를 확보한 이 전 대표가 친문 세력을 얻기 위한 행보를 보이다가 친문 확보에도 실패하고, 잠재적 우군이었던 중도층 지지마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주도 세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윤 전 총장은 훨씬 난감한 상황이다. 현재 윤 전 총장 주변에 있는 참모 그룹은 법조인들과 개인적 인연을 맺어온 전문가 그룹 정도다. 이 정도 세력으로는 대선 도전이 불가능하다. 주도 세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중도 보수 혹은 제3지대의 정치세력화를 이뤄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은 길이다. 국민의힘 입당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제3지대 정치세력화는 더욱 힘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좋은 사례다. 안 대표는 10년간 ‘좌도 우도 아닌 제3지대’ 정치세력화를 주창해왔는데, 여전히 미완성이다. 윤 전 총장의 주도 세력 형성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개혁 보수의 고지를 선점한 유승민 전 의원이 아직 잠룡의 위치에 있는 것은 주도 세력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고, 지지율이 낮은 정세균 전 총리가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것은 지지 세력의 확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레이스는 이제 시작됐다. 현재의 세력만으로 후보를 판단하긴 이르다. 유력 후보자도, 잠룡들도 본격적인 지지 세력 늘리기에 나섰다. 대선은 결국 능력 있는 주도 세력을 많이 확보하고 지지 세력을 넓힌 후보가 승리하는 게임이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후보들이 교수, 법조인, 영남, 호남, 86세대, 친문, 우익 등 익숙한 그룹으로만 자기 세력을 채우지 말았으면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세력, 기초과학계를 대변할 세력, MZ세대를 대변하는 세력, 혁신기업과 변화된 노동을 이해하는 세력이 후보들의 주도 세력에 포함됐으면 한다. 후보 옆에 들러리 서는 병풍이나 양념이 아닌 핵심 그룹 말이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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