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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괴짜’ 머스크 사용설명서

김준엽 산업부 차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유명 코미디프로그램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한 것들 두고 미국 내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요지는 머스크의 ‘괴짜’ 발언이 방송망을 통해 나가는 기회를 굳이 제공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주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출연하는 SNL에 기업인이 출연한 것은 2015년 도널드 트럼프 이후 처음이다. 방송국은 머스크의 화제성을 통해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이다.

가상화폐(암호화폐) 도지코인 투자자들은 머스크 출연에 열광했다. 그가 방송에서 도지코인에 대해 언급하면 도지코인이 또 한 번 폭등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파더 8일 SNL 출연’이라고 글을 남기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평소 도지코인에 우호적이던 머스크는 스스로 도지코인 대부임을 자처한 것이다.

도지코인은 머스크가 띄운 가상화폐나 다름없다. 머스크는 2019년 트위터에 “도지코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상화폐가 될 것이다. 꽤 쿨해 보인다”고 말했다. 도지코인이 다른 가상화폐와 다른 점은 발행 수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무한정 만들 수 있다 보니 그동안 사실상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다. 애초에 도지코인은 가상화폐 열풍에 대한 풍자 의미로 만들어진 가상화폐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의 경우 발행되는 총 숫자가 제한돼 한정된 물량만 유통되다 보니 가치가 폭등한다는 설명이라도 가능했지만, 도지코인 폭등은 머스크 외에는 설명할 근거가 약하다. 올해 1월 1도지코인의 가치는 10원 남짓이었지만, 5월 5일에는 88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기존 가상화폐에 일찍 뛰어들지 못한 투자자들은 뒤늦은 도지코인 폭등에 너도나도 참전하고 있다.

머스크의 이런 행동과 발언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한창이다. 전통적 경제학자나 기업인들이 보기에 일탈에 가까운 파격적이다 보니 머스크를 ‘사기꾼’ 취급하기도 한다. 머스크가 코로나19로 인한 도시 봉쇄를 ‘파시스트’라고 비난하고, 코로나 백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등 종종 비상식적 발언을 하는 것도 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

테슬라의 실적을 두고도 일부에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비트코인 판매로 회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테슬라의 순이익 4억3800만 달러 중 1억100만 달러가량이 비트코인을 팔아서 얻은 것이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비트코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경영 방법인지, 비트코인 시세를 조종해 자신이 큰 수익을 낸 사기꾼인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가상화폐를 둘러싼 머스크 언행이 아직 혼란스럽기만 한 가상화폐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인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머스크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의문부호일 때 머스크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테슬라를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키워냈다. 이제 모든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전환을 선언할 정도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화성 이주를 꿈꾸며 진행하는 우주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머스크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머스크는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비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현실로 만드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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