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인맥 문화

라동철 논설위원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 뉴욕주 콜게이트대 교수는 국가의 부패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다. 1단계는 독재형으로, 독재자와 그의 추종자들이 공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 사익을 챙기는 유형이다. 2단계는 경쟁 관계에 있는 소수의 권력 집단들이 이권을 얻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족벌체제형이다. 3단계는 엘리트 카르텔형이다. 사회 상층부 구성원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방식의 부패다. 4단계는 의회나 정부의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로비스트를 앞세우거나 뇌물을 제공하는 식의 시장 로비형이다.

독재형과 족벌형은 주로 후진국에서, 시장 로비형은 선진국에서 나타난다. 엘리트 카르텔형은 중간 단계로, 인맥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나타나는데 존스턴 교수는 한국을 대표적인 국가로 꼽았다. 정치인, 고위 관료, 유력 경제인 등이 혈연 학연 지연 등을 고리로 카르텔을 구축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유형의 부패를 작동시키는 주요 동력은 만연된 청탁 문화다. 각종 인맥으로 얽힌 기득권층이 청탁을 주고받으며 사익을 챙긴다. 그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경우도 있지만 인맥, 소위 ‘빽’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연줄을 이용한 특혜 채용과 특혜 수주, 스펙 품앗이를 통한 부정 입학은 흔한 사례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부패인데도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부당하더라도 인맥을 동원할 수 있으면 그게 능력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산케이신문 지난 8일자에 한국의 인맥 문화를 비판하는 칼럼이 실렸다. 30년 이상 서울 특파원을 지낸 구로다 가쓰히로 객원논설위원의 글인데 초법적인 인맥 중시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 적폐이며 인맥 문화를 끊지 않는 한 부정부패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맥 중시 문화는 좌우나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잦은 극우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지만 그의 이번 지적만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라동철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