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책 점검해야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이 이슈가 되고 있다. “완만한 금리 상승(rise somewhat)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언급을 미국 언론(WSJ)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로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정책금리 인상 발언으로 해석한 탓이다. 전임 연준 의장이기도 한 옐런 장관은 논란이 커지자 연준에 대한 금리 인상 권고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 대응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소요되는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번 해프닝이 우연만은 아니다. 미국의 자산시장이 이미 과열돼 있고, 실물경제도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올해 큰 폭으로 반등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막대한 자금이 풀리면서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고 채권·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아졌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7%로 45년 만에 중국을 추월하고, 15%에 육박하던 실업률은 금년 말 4%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틀 뒤 공개된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도 자산시장 과열과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내 회사채와 기업 인수 열기, 암호화폐 투자 과열을 지적한 것이다. 연준은 “현재의 과열 기조가 반전될 경우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유가·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 때문에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를 이미 지적해 왔었다.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은 없다는 연준의 스탠스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저금리에 맞춰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짜 놨는데, 갑작스러운 양적완화(QE) 축소와 금리 인상은 자금시장 경색은 물론 운용자산에 막대한 평가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의 발언과 연준 금융안정보고서의 경고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제는 한국도 동일한 경고에 귀를 기울일 때다. 지난 1년간 전례 없는 자금이 풀렸고, 금년 들어 외국인 투자자금도 가세하면서 부동산·주식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맞물리며 2030세대의 암호화폐 투자도 고조되고 있다. 자산시장만이 아니다. 연초 3%로 전망되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0.5%)가 적정한지는 의문스럽다. 금리가 낮을수록 배당과 임대료 같은 미래소득 기반 자산군의 현재가치(PV)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산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되고 레버리지 투자가 고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연준은 차입 비중이 높은 보험회사와 헤지펀드 투자의 위험 가능성과 머니마켓펀드(MMF) 인출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금융시장에서 레버리지로 인한 자산군 간 연계성 강화는 위기 발생 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지난해 3월 증권사발(發) 자금·외환시장 교란은 증권사뿐만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음을 목격한 바 있다. 반면에 순대외채권과 외환보유액이 높은 수준이고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것은 다행스럽다. 다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몸집이 부쩍 커진 것과 금융권 유동성비율(LCR) 지표 저하에 대해서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가들은 금리 상승 시 초래될 평가손과 자산·부채 간 듀레이션 갭(잔존만기 불일치) 관리에 유의해야 하고,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가격 하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간 금융시장 위험 가능성을 지적해 온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는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금리 인상 시그널과 대형 금융회사 정리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