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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집단면역, 오해와 환상 사이

김찬희 디지털뉴스센터장


인류는 원인도 모른 채 오랜 세월 감기나 독감 같은 열병에 시달렸다. 사람은 생애에 1년가량을 감기로 앓아 눕는다고 한다. 감기를 유발하는 대표적 병원균은 리노 바이러스(Rhino virus)다.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내면서 감기를 불치병으로 남겨둔 리노 바이러스는 가장 성공한 바이러스로 불린다. 숙주를 ‘극단의 위험’으로 몰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목적(자가 복제 혹은 증식)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급성 바이러스 질환인 독감은 감기보다 더 세게 인간의 호흡기계를 공격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는 매년 세계에서 300만~500만명에 이르는 환자를 만든다. 이 중 25만~50만명이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다. 1만3500여개의 염기로 구성된 RNA를 유전체로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 유전체를 8개로 쪼개진 가닥으로 품고 있다. 조류에서 유래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데 서툴다. 그래서 수많은 변이를 탄생시킨다. 변이 중 일부는 종간 장벽을 넘어 인간을 공략해 왔다. 1918년부터 2년간 대유행하며 최대 1억명의 사망자를 낳은 A형 독감(스페인 독감)의 원인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이다.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도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포유류와 조류에서만 관찰되던 이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를 거치면서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사스(SARS), 메르스(MERS), 코로나19라는 질병은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출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2만7000~3만2000개 정도의 염기로 구성된 RNA 가닥 1개를 유전체로 갖고 있다. 염기 숫자가 많다 보니 변이 속도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5배 느리다. 그렇다고 변이가 적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3만여개 염기로 이뤄진 RNA를 숙주 세포 안에서 복제하며 자손의 10%를 변이로 낳는다. 이미 수천개의 변이가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 3종류를 치명률과 전염성이 높거나 백신 저항력이 강할 것으로 보이는 변이로 지목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월등하게 높은 전파력이다.

변이의 등장은 ‘백신 무력화’라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숙주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면, 백신을 이용한 면역력 구축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집단면역은 이뤄질 수 없는 환상이라는 절망이 고개를 든다. 집단면역은 집단 안에서 특정 질병에 대한 면역을 갖춘 개체가 많아지면서 면역력이 없는 개체의 감염 확률이 낮아지는 걸 뜻한다. 면역을 갖춘 개체가 압도적으로 많아야 하고, 면역력은 유지돼야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백신으로 얻은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 면역을 갖춘 개체가 몇 %나 돼야 안전할지, 백신 안전성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불안은 공포로 돌변한다.

그러나 집단면역을 근절 혹은 종식과 같은 위치에 두는 건 오해에 가깝다. 매년 1000만명이 결핵에 걸려 150만명이 죽지만, 우리는 결핵에 대응하는 집단면역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더 많은 변이를 낳고, 막대한 피해를 주는데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보다 무섭게 여기지 않는다. 최소한의 통제권을 쥐고 있어서다. 집단면역의 의미는 방역, 백신, 치료제라는 ‘질병 통제권’에 더 가깝다. 코로나19와의 전쟁도 다르지 않다. 아직 전투는 처절하게 치러지고 있다. 오해와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을 냉철하게 봐야 한다. ‘싸움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집단면역은 절박하지만,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 공동체 모두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찬희 디지털뉴스센터장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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