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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구 칼럼] 이낙연의 길, 송영길의 길


경륜 뛰어나고 유연한 이낙연
날카로운 정국 혜안 있었지만
당내 강경파 벽 넘지 못하고
절반의 성적표 받아들어

뚝심과 소신 남다른 송영길의
눈에 띄는 취임 후 통합 행보
민주당 변화 끌어내 차기 대선
주요 변수 만들지 주목돼

21대 총선 전날인 지난해 4월 14일 이낙연 전 총리는 “저희 더불어민주당 부족한 것 많습니다. 때로는 오만합니다. 국민의 아픔,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듯한 발언 합니다. 제가 그 버릇 잡아놓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종로 지역구 후보이자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연단에 섰던 서울 동묘 앞 마지막 총선 유세에서였다.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상대로 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되돌아보면 당시 정국과 민심의 요체를 꿰뚫는 혜안이 날카로웠다. 이 선거에서 이 전 총리는 제1야당 황교안 후보를 큰 표 차로 꺾고 당선됐다. 민주당도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그는 4개월 뒤 60%가 넘는 득표로 당 대표에 선출됐다. 수락 연설에서 그는 코로나와의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지키기, 포스트 코로나 준비와 함께 통합의 정치와 혁신을 약속했다. 초거대 여당의 대표였지만 국민 앞에 겸손한 정당, 야당과의 ‘원칙 있는 협치’를 강조했다. 반추해 보면 이 역시 놀랄 만큼 정확한 상황인식이었다. 그러나 그가 7개월간 이끌었던 민주당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 전 대표는 선거 직후 “저희들이 부족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면서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이후 민주당의 급좌향을 제어하고 중도층 지지 확장을 도모했다. 하지만 친문 강경세력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거여의 의회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했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속에서 존재감이 미약했다. 예민한 시장 질서를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걸러내지 못했다. 신년벽두에 국민통합의 메시지이자 여권의 유력한 대선 전략이기도 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이슈를 미리 던졌다가 당내 반발에 곧바로 거둬들였다. 여당이 원인 제공을 한 양대 시장 보궐선거에 당헌·당규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내 중도층 이반을 자초했다.

경륜이 뛰어나고 상황판단이 정확했던 그가 왜 재보선에 실패했는지 한마디로 결론짓기는 어렵다. 총선 결과에 도취한 당내 세력의 독주가 문제였을 수도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부채 및 책임 의식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당내 대권 경쟁을 의식해 스스로 친문과의 밀월을 선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전 대표가 언급했던 오만과 독주가 지금도 여당의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이다.

지난 2일 여당 컨트롤타워로 선출된 송영길 대표가 눈에 띄는 행보를 하고 있다.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그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했다. 방명록에 두 전직 대통령의 기여를 평가하는 글을 남겼다. 이튿날엔 봉하마을을 찾으려다 백신과 부동산 등 현안 보고를 받으려 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민주’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그도 이 전 대표처럼 취임 일성으로 민생과 통합, 화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86그룹 출신 첫 여당 대표인 송 대표는 계파색이 옅어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얼마나 소신을 관철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공정한 대선 경선 관리이지만 벌써부터 경선 일정을 늦춰야 한다는 친문의 요구를 받고 있다.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회에 포진한 강경파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가며 당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와 송 대표를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당 대표로서 기대 역할이 같지 않고 정치 이력은 물론 세대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송 대표가 어떻게 여당을 이끌어갈지에 따라 정치의 큰 흐름이 좌우된다. 대선주자가 정해지면 역할이 줄어들겠지만 송 대표가 주도한 민주당의 변화는 대선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좌우를 두루 살펴 실수가 거의 없는 스타일이지만 송 대표는 뚝심이 남다르다. 돌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하지만 민주당 변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강단이 더욱 필요한 덕목일 수 있다. 그의 행보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절반의 실패 성적표를 들고 대선 무대에 서게 됐다. 송 대표도 그 역할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차차기 대권 행로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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