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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부부 관계와 행복

김영훈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부부 관계를 1주일에 몇 번 하시나요?” TV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중년의 남자 연예인에게 수줍게 던진 질문이었다.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그 연예인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 있게 “보통 3번에서 4번 정도 합니다. 더 할 수 있지만, 아내를 위해서 절제하는 겁니다”라고 외쳤다. 이 대답에 함께 출연한 남자 연예인들은 폭소와 함께 존경과 부러움의 함성을 질렀다. 스튜디오에 깔려 있었던 질문의 민망함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참으로 부러웠던 모양이다.

부부간에 성관계를 자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첫째는 (나이가 들어서도) 성관계를 자주 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에 대한 존경이고, 둘째는 부부간 금실이 참으로 좋을 거라는 부러움이다.

그럼, 정말 성관계 횟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약속할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가족끼리 그러는 것 아니다” 혹은 “우리는 의리로 산다”와 같은 우스갯소리로 넘어가기도 하고, “젊은 사람도 아니고 나이 들어서 성관계를 하는 부부가 어디 있냐”며 방어를 해 보기도 한다. 때로는 적극적으로 “성관계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 내 주위에 많다”라며 증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성관계하지 않는 부부가 무늬만 부부지 그게 무슨 부부냐”라며 성관계 없는 결혼 생활을 일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에이미 뮤즈 교수는 성관계 횟수가 결혼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세 가지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했다. 첫째, 성관계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부 모두가 결혼 생활에 행복을 느끼는데, 그 행복의 정점은 성관계 횟수가 한 달에 평균적으로 4번일 때라는 것이다. 둘째, 성관계 횟수가 한 달에 4번을 넘으면 더는 결혼 만족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한 달에 4번 이상 성관계를 하는 부부가 한 달에 1번 이하로 성관계를 하는 부부에 비해 얼마나 더 행복한가’ 질문에 ‘고연봉자(7500만원)가 저연봉자(2500만원)보다 두 배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론적으로 (과할 필요는 없지만) 1주일에 1번 정도의 성관계는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그 가치는 돈이 적고 많음으로 치환될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부들의 성관계 횟수가 유독 적은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성관계 횟수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로 분류된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부부 성관계 횟수는 한 달에 평균 6회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 달에 3번으로 서구권의 50% 정도 수준에 겨우 머문다. 부부 갈등의 원인 중 ‘적은 섹스 횟수’가 항상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연구 결과를 참고하면 우리나라의 부부 관계 현실이 웃고 넘길 만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하물며 요즘에는 우리나라에서 성관계 횟수가 한 달에 1회거나 그 미만인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행복한 부부들이 성관계를 더 많이 갖는 것도 사실이지만, 더 많은 성관계를 가지는 부부들이 장기적으로 더 행복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즐비하다. 즉, 잦은 성관계가 결혼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혼 생활의 연륜이 길어지고 험난한 세월을 부부로 살다 보면 우정으로 산다느니, 전우애로 산다느니, 형제처럼 산다는 말로 성관계를 꺼리게 되고 급기야는 성관계를 안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관계는 부부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훈 (연세대 교수·심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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