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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해외 언론 매수하는 중국

천지우 논설위원


“페루의 국영 신문 엘 페루아노와 국영 통신사를 보면 중국 대사관의 속기사들 같다.”

페루언론인협회 사무총장 술리아나 라이네스가 10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중국 관련 뉴스는 중국 정부 공식 입장을 받아 적듯 보도한다는 뜻이다. 라이네스에 따르면 주페루 중국 대사관은 현지 국영 언론사 장비를 현대화하는 데 자금을 댔다. 이렇게 돈을 들이니 중국을 비판하는 보도가 안 나온다는 얘기다.

국제기자연맹(IFJ)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돈으로 언론사 공략에 나서고 있는 나라는 페루뿐이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케냐의 한 언론사는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대해 비판한 칼럼니스트를 해고했다. 튀니지에선 중국 대사관이 비싼 방송 장비와 중국 관련 방송 콘텐츠를 현지 국영 방송사에 무료로 제공했다. 세르비아의 친정부 신문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에 ‘고마워요, 우리의 형제 시’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내걸었다. 한 필리핀 기자는 자국 통신사 기사의 절반 이상이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IFJ 보고서를 쓴 호주 멜버른대 부교수 루이자 림은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뒤 중국 정부는 각국에 구축해놓은 미디어 인프라를 활용해 중국에 관한 긍정적인 내러티브를 해외 언론에 심었다”며 “중국은 글로벌 미디어 지형을 꾸준히 재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선진국보다 개도국 언론사를 주로 공략하는 중국은 이런 미디어 전략을 숨기지도 않고 대놓고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까? NYT는 일단 각국 기자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중국의 프로파간다가 자국 내에선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대중의 관심을 붙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경쟁력이 없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부교수 에린 카터는 “미국 기자들이 중국 정부 초청으로 방중한 뒤 그들의 취재 초점이 군사경쟁에서 경제협력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천지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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