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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열여덟 어른과 영화 ‘아이’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지난 2월 개봉된 영화 ‘아이’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는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보호종료아동과 어려운 여건의 싱글맘을 다룬 이야기다. 김현탁 감독은 영화 제목 ‘아이’가 어린이라는 뜻보다 ‘나’, 영어 ‘I’를 뜻한다고 했다. 발음이 같은 이 두 개의 다른 말은 대단히 심오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되묻는다. 아동에게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며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인정하나? 특히 부모 스펙이 없는 아동에 대한 사회의 관대성은 어떠한가? 법이 만든 ‘열여덟 어른’은 과연 성년인가 여전히 아이인가? 영화는 이러한 질문을 꼼꼼히 되짚어 보게 한다. 영화 주인공들, 어른이 된 아이나 어른이지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아이 같은 어른이나 나(I)라는 존재는 모두 헌법 제10조가 천명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존중받아야 하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안전과 복지 보장을 목적으로 가족의 보호가 없는 아동을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육원에서 살도록 한다. 그러나 만 18세가 되면 해당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 부른다. 소위 열여덟의 어른이 된 이들의 수는 매해 2600명에 이른다. 대학 진학률은 20%에 불과하고 취업한 수까지 합쳐도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48% 정도다. 나머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해 근근이 버티는 것으로 추정된다. 퇴소 이후 5년간 사후관리 대상자 2만여명 중 연락이 닿지 않는 아이들이 근 30%나 되며 청년 고독자의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담당 부처는 물론 국무총리실, 국회, 심지어 청와대까지 나서 문제 분석 및 대책 논의가 있었고 개선돼야 할 내용도 모였다. 우선 아이들이 퇴소 전 자립생활 준비 과정이 필요하므로 현행 18세를 연장하자는 것과 주거지 마련 및 현실적 유지 비용 지원 확대, 고등교육 활성화 방안, 직업 훈련과 일자리 마련 그리고 정서적 안정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요즈음 MZ세대 문제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논의 과정이나 대안 마련에서 정부가 접근하는 방식은 여전히 기술적인 면에 치우쳐 있으며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다. 김 감독이 여러 생각 끝에 영화 제목을 아이(I)로 삼은 부분이다. 복지 정책에서 기본 중 기본인 개인 존중에 대한 정부의 철학 부재다. 개인 존중 관점은 아동복지 정책의 법조문에서부터 프로그램 전 과정의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가치관이 부재한 정책은 결국 경제적·기술적 나열에 불과하고 관료적이고 공급자 중심이 돼버린다. 이 결과 예산은 증가해도 혜택은 불공정하게 다가오고 불평등은 여전하다.

보호아동의 퇴소 조치를 다룬 아동복지법 제16조는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18세에 달하였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되면 (중략)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시켜야 한다”로 돼 있다. 이 조항은 국가의 의무 종료만을 명시했을 뿐 대상 아동의 기본 권리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18세 이후는 자립할 수 있다’는 당사자 권리 중심으로 기조 자체를 바꿨으면 한다. 자립 준비 과정은 필수적이며, 더욱이 우리 현실에서 18세에 독립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복지국가는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진다. 현대 복지국가는 지원금 같은 소득보장은 중앙정부가 감당하고 개인별 돌봄에 관한 사회서비스는 지방이 맡아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역할 분담이 분명치 않고 체계화돼 있지 못해 지원금이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이는 당사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우선 형평성에 맞지 않으며 보편성도 훼손한다. 가장 심각한 자립 프로그램 운영이나 퇴소 이후 주거 문제와 사례 관리 등은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이들의 어두운 면보다 헤쳐 나아가는 힘을 보이려 했다. 보는 이들의 눈물과 동정 대신 존중받아야 할 당당한 권리가 살아 있는 사회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기 힘든 현실의 사회안전망 부재를 은근히 질타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겪어온 열여덟 어른 ‘아영’의 “우리 같이 키워요”로 끝을 장식한다.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를 일찍이 일깨워준 한 복지국가의 정신을 되새기자.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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