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골든글로브 보이콧

한승주 논설위원


1944년 시작된 골든글로브는 미국 영화계에서 아카데미와 함께 양대 영화상으로 불린다. 1956년부터는 TV 부문도 시상하고 있다. 영화와 TV 부문에서 각각 오스카상과 에미상에 다음가는 영예로 꼽힌다. 78년 역사의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30년 가까이 시상식을 중계해온 미 방송사 NBC는 10일(현지시간) 내년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는 이미 받은 세 개의 트로피를 모두 반납하겠다고까지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행사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의 부정부패 의혹이 직격탄이 됐다. 협회 회원은 고작 87명. 외신들은 HFPA가 2019~2020년 회원들에게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지급해 윤리 규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2019년에는 회원 30여명이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협찬으로 호화 외유를 다녀왔다는 의혹도 나왔다. 더 뿌리 깊은 문제는 인종차별과 다양성 부족이다. 과거 20년 동안 흑인 회원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각종 시상식에서 호평을 받은 영화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로 분류돼 주요상 후보에서 배제된 것도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카데미가 미나리를 감독·작품상 후보에 올린 것과도 대조된다. 성차별·성희롱 논란에도 휩싸였다. 배우 스칼렛 조핸슨은 “회원들로부터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고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HFPA는 자체 개혁안을 내놨으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그 사이 할리우드 스타, 대형 영화 제작사들이 잇따라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하고 있다.

아카데미 역시 불과 5~6년까지만 해도 후보자와 수상자 대부분이 백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대대적인 개혁으로 다양성에 다가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올해 배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이 그 성과다. 골든글로브가 가야 할 길을 아카데미가 보여주고 있다. 뼈를 깎는 쇄신으로 개혁을 이룰지, 이대로 사라질지 세계 영화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