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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기브미 초콜릿

손병호 논설위원


초콜릿은 카카오콩으로 만든 카카오매스에 설탕, 우유 등을 넣어 만든다. 칼로리가 높아 에너지 보충에 제격이다. 휴대하기 좋고, 잘 썩지도 않아 오래전부터 군대 비상식량으로 쓰였다. 미군도 2차 대전 때 초콜릿바를 만들어 병사들에게 지급했다. 미 군정 시기와 한국전쟁 때 파견된 미군들도 비상식량 겸 군것질거리로 초콜릿을 갖고 다녔다. 한국 아이들은 미군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기브미 초콜릿’을 외쳤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미군 차량을 쫓아다니면서 초콜릿을 달라고 애걸하는 모습은 한국전쟁 다큐멘터리에도 자주 등장했다. 한국인들한테는 가난하고 힘겹던 시절의 떠올리고 싶지 않은 풍경이었다.

그런데 최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한국의 백신 확보 상황을 질타하기 위해 이 말을 동원해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국은 백신이 넘치고 한국은 모자란다면서 “21세기판 기브미 초콜릿. 참 슬프다”고 했다. 하지만 굳이 좋은 일도 아닌데 밖에 나가서까지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려고 아픈 기억이 있는 표현을 동원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3일 라디오에 나와 “전직 총리가 먼 미국까지 가서 한국 정부를 비난했는데 올바른 상식을 갖춘 것이냐”고 따졌다.

황 전 대표가 방미길에 구태여 정부를 비난하지 않고 백신 외교에만 전념했더라면 박수를 받았을지 모른다. 그는 이번에 미 의원들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제약업체 임원 등을 만나 백신 지원을 요청했다. 한반도 외교 전문가들한테는 한·미동맹을 강화하자고 역설했다. 미국 외교의 상징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도 화상을 통해 대화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외교 활동을 펼친 셈이다. 그런데 말 몇 마디로 점수를 거의 다 깎아먹은 셈이 됐다. 황 전 대표가 예전에는 너무 근엄하다는 평가를 듣더니 요즘은 너무 가벼워져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가 대권을 노린다면 근엄과 가벼움 사이 맞춤한 지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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