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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팔공산 거목

김의구 논설위원


대구광역시를 북동쪽에서 둘러싸고 있는 게 팔공산이다. 경북 영천·군위와 시계를 이루고 대구 북구·동구, 경북 칠곡·경산에 접해 있는 넓은 자락의 산이다. 신라 때 부악(父岳) 또는 중악(中岳), 공산으로 불리다가 신라 제42대 덕흥왕 때 팔공산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팔공산 비로봉 바로 남쪽에 위치한 부인사는 고려 초조대장경을 판각한 곳으로 유명하다. 몽골 침입과 임진왜란 때 불타 1930년대 중건한 이곳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왕벚나무가 있다. 수령 150년에 높이가 14m인 거목이다. 이곳에서 가까운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장군유적지에도 보호수 배롱나무가 있다. 수령이 400년이나 되지만 지금도 붉은 꽃을 석 달 넘게 피운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팔공산론’과 ‘거목론’이 나왔다. 국회의원 경력은 없지만 청년층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 11일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산에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 못합니다”라고 밝혔다.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중간 산도 다녀보고 원정대장을 맡아야 한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영남 출신이 당 대표가 돼선 안 되며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팔공산을 빌어 표현한 것이다. 이에 주 의원은 13일에도 “묘목들이 그림자 지니까 (거목에게) 비키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태백산맥 줄기인 팔공산에는 고목이나 거목이 많다. 하지만 오래되고 크다고 해서 무조건 높은 정치적 평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연륜이나 경력보다 정치역정 속에서 지켜온 가치나 신념, 이룬 업적이 더 중요하다. 반대로 출신지역만 따져 비토할 일도 아니다. 진정한 거목이라면 팔공산에 있든지, 수락산에 있든지 존재가치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제1야당 내 팔공산 고목과 수락산 묘목 사이 설전이 어느 쪽으로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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