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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 문정복과 류호정, 문명의 충돌

양민철 이슈&탐사2팀 기자


부부 싸움을 하고 나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문명의 충돌’이라는 영상을 찾아본다.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쓴 사회과학 저서와 같은 이름을 가진, 국내 모 건설사가 제작한 TV 광고다.

광고는 결혼 4년 차 부부가 일상 속 사소한 일들로 다투고 화해하는 모습을 그렸다.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화장실 양변기 뚜껑부터 에어컨 온도, 외출복을 고르는 문제까지. 이들은 “맞는 게 진짜 하나도 없다”고 토로한다. 그야말로 문명의 충돌이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딪히고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담은 이 광고는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 등 국내 대표 광고상 4개를 석권했다.

지난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설전을 보며 문명의 충돌을 떠올렸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서로 폭언과 삿대질을 했다며 사과를 요구한 일이다. 당시 중계 영상을 봤다. 문 의원이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의 발언 내용에 항의하며 “아니 그걸 당신이…”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류 의원이 “당신?”이라고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문 의원이 류 의원에게 “야!”라고 고함쳤고, 류 의원은 즉각 “야?”라고 반문했다. 반말과 고성, 삿대질이 오가는 풍경을 보며 잘잘못을 따질 마음은 사라졌다. 왜 싸웠는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두 의원의 과거 발언을 돌이켜보면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단 생각도 든다. 문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4·7 재보선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게 맞느냐”고 묻자, 해당 의원을 ‘당신’이라고 부르며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소리쳤다. 대통령을 욕 보이는 말을 했다는 이유였지만, 시비의 발단이 될 수 있는 당신이란 표현이 입버릇인 듯하다. 이번엔 “어디서 감히”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류 의원도 반말에는 반말로 대꾸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인 것 같다. 국감에서 류 의원에게 답변하던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허위 진술로. 어이, 허위 진술로…”라고 하자 류 의원은 “어이?”라고 되물었다. 당시 상황은 최 대표가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해명하며 일단락됐다. 반말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43살 연장자의 반말성 언급에 즉각 반말로 쏘아붙이는 것도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보통의 30대는 무례한 연장자라 할지라도 품격 있게 대처한다.

이런 싸움은 일반 기업이나 공적 조직에선 드문 일이다. 나이로 하대하지 않고 부당한 취급에는 논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기업 관리자도, MZ세대도 기본 소양으로 갖추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와 그 가치관을 인정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이번 일도 한쪽이 침착하게 대응하고 먼저 자세를 낮췄다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며 핏대만 세우고 있다. 급기야 ‘당신’의 말뜻부터 ‘야’의 데시벨까지 따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 대표이자 헌법 기관인 의원들이 국민 세금 받으면서 애들만도 못한 싸움을 벌인다.

두 문명은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이다. 섞이는 일 없이 조각조각 찢어졌다가 또 충돌할 것이다. 양당도 자기 편만 들고 있다. 우리 편이 이겨야 한다는 지지자들의 호응은 얻을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냉소를 보낸다. 주말 내내 인기 뉴스에 올랐지만 정작 설전의 원인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꼰대질’과 ‘도발’이란 프레임에 감정 싸움으로 전락했다. 어쩌면 두 문명 모두 원하던 바를 이룬 걸지 모른다.

정치란 무엇인가 찾아보니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이렇게 쓰여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 차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활동이라고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으로 충분한 대화와 토론, 양보를 가르치고 있다. 두 사람은 정확히 반대로 한다. 집권 여당 의원과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당신’과 ‘야’ 놓고 싸우는 정치에 무슨 희망을 가져야 할까.

양민철 이슈&탐사2팀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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