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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메타버스와 출판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몇 년 뒤의 출판업계 모습을 간략하게 그려보자.

“한 출판사 대표가 아침을 먹고 커피를 타서 책상 앞에 앉는다. 스마트폰 앱에서 책 주문을 확인한다. 물류회사가 전국 모든 서점의 주문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일 데이터를 보내온 것을 확인하고 재고가 있는 책은 승인만 하면 된다. 책은 서점으로 배달될 것이고 장부는 자동으로 완성된다. 서점에서는 온라인으로 책 대금을 송금할 것이다. 재고가 없는 책은 디지털 인쇄로 주문을 발주한다. 디지털 인쇄는 50부 단위로도 가능하다. 장차 1부 주문에도 응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잔을 주방에 옮겨놓고 클라우드에 들어가 원고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의 방마다 저자와 외주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가 초대돼 있다. 클라우드 방은 수백 개가 만들어져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등장 이후 재택근무나 원격업무가 늘어나면서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가 책의 라인업을 끝낸 다음 구성원들에게 최종 확인을 부탁했다. 다음으로 어제 판매된 상황을 확인하고 주요 도서의 소셜에 홍보 방안을 세우기 시작했다.

업무 진행 점검이 일차적으로 끝난 뒤 몇 년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새로 올라온 댓글이나 조회수 등 반응을 살펴보았다. 팬데믹 이후 1인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은 크게 늘어났다. 1인 출판사를 경영하면서 1인 유튜브 운영도 가능했다. 자신이 펴낸 책을 유튜브에서 홍보할 수 있었다. 외국 여행을 다니면서도 어디서나 잠시 출판사의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비대면으로 화상 통화나 회의를 하면 곧바로 텍스트가 만들어졌다. 클라우드에 접속해 집단지성으로 빠르게 텍스트를 생산하는 일은 일상이었다. 21세기 벽두에 예상됐던 유비쿼터스 세상이 드디어 도래했다.

임팩트가 강한 주제의 책들이 수시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남녀노소가 모두 책을 읽으며 토론을 벌였다. 그들이 하는 일도 너무나 다양했다. 그들은 토론을 벌이다 맞춤한 주제가 떠오르면 빠른 결정으로 책을 펴냈다. 한 번 관계를 맺은 저자들과도 좋은 관계가 꾸준히 유지됐다. 책이 팔리면 이익을 적절하게 공유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든 기획만 좋으면 엄청난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수십 년 경력자도 열네 살 중2의 학생에게 밀리기도 했다. 개인의 삶에서도 ‘립프로그’(leapfrog·개구리 점프) 현상이 늘 일어났다. 악조건에서 실력을 갖춘 사람이 한순간에 많은 사람을 건너뛰어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벌어졌다. 과거에 견고했던 프레임은 ‘보텍스’(vortex·소용돌이)가 한 번 치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런 이야기는 환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대부분 현실이 돼 가고 있고, 그중 일부는 곧 완성될 것이다. 젊은 세대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어린 세대는 모든 세계를 탐험하고, 모든 사람과 소통하면서 엄청난 성취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메타버스에서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모여 창조 활동을 하면서 공유를 해야 의미가 커진다.

메타버스에서의 개인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집단지성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평범한 개인이 모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시작했다. 출판도 이런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탐욕을 버리고 타자부터 배려하는 이타심을 갖고 잘 놀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 메타버스에서 즐기고 있는 어린 세대가 곧 그런 세상을 만들 것만 같다. 나도 그 세상에 빨리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나를 잊고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해야만 한다. 정말 서둘러야 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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