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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 간 전단 살포는 바람직하지 않다

김신곤 고려대 대학원 통일보건의학협동과정 교수


코로나19가 인류에게 준 교훈 중 하나가 ‘모든 생명은 잇대어 있다’는 점이다. ‘잇대어 있다’는 표현은 ‘서로 이어져 있고, 기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팬데믹을 통해 ‘남’이 건강하지 않으면 ‘나’도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감하고 있다. 일상이 된 마스크 쓰기도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자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시야를 넓혀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보자. 백신으로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나라도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 발생한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이 상존한다. 이미 세상은 ‘원 월드, 원 헬스(one world, one health)’의 초연결 사회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팬데믹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 나라의 성공은 진짜 성공이 아니다. 그런데 백신도 없고 의료 인프라도 미비한 나라에선 고전적인 방역, 봉쇄와 단절만이 대응책일 수 있다. 몽골도 그랬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성공적인 방역 국가 몽골이 올해 국경에서 놓친 한 사람으로 인해 지금은 우리보다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떨까?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코로나19 환자는 0명이다. 검사 자체가 제한적 상황이라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국경의 전면 봉쇄와 강력한 이동 제한 등 고전적인 방역 전략이 나름대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봉쇄에 따른 경제적 난관과 생필품·의약품 부족마저 감수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선 접경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 발생한 대북 전단 살포는 유감이다. 역지사지해 보면 북측 전단이 우리 측 지역으로 여과 없이 날아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팬데믹 이후 더욱 예민해진 남북 간에 방역 측면의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전단이 아니라 백신을 보내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코도 석 자인데 우리 것을 보내자는 게 아니라 미국이 움직이게 하자는 것이다. 핵 협상의 교착 국면에서 북·미가 마주 앉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백신 공급’ 문제가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몽골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겼다. 백신은 북한이 원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의 비핵화 상응 조처는 아니지만, 미국이 북한에 백신을 충분히 공급해 국경이 열리도록 돕는다면 북·미 관계에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숨통이 트인다면 더 높은 비핵화와 상응 조치로 나아갈 명분이 생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대북 정책이 ‘생명의 잇닿음’에 기초한 ‘배려’가 될 수는 없을까? 그렇게 이어진 생명의 끈이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 70년 분단으로 중환자가 된 한반도가 건강을 향한 새 여정을 시작하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김신곤 고려대 대학원 통일보건의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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