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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코인 해보셨어요?

강준구 경제부 차장


고백하건대 한 달여 전 경제부에 발령받고 이렇게 코인 기사를 많이 쓰게 될지는 몰랐다. 지난 4월 13일 작성한 기사는 비트코인이 국내에서 8000만원(미국에선 6만4899달러)을 돌파했다는 내용이었는데, 5월 19일 쓴 기사는 3만 달러까지 폭락했다는 내용이었다. 19일 하루에 비트코인은 4만3591달러에서 3만 달러로 내리꽂았다. 오후 9시 3만9135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는 딱 1시간10분이 걸렸다. 3만4785달러에서 3만3154달러(9시53분), 3만3485달러에서 3만1693달러(9시54분), 3만3350달러에서 3만1611달러(10시7분)로, 각 1분에 1000달러 이상 내려앉았다. 그리고 10시10분 마침내 3만 달러를 찍게 된다.

비트코인은 코인 중 가장 덩치가 무거운 물건이다. 국내 거래소엔 5원짜리를 비롯해 100개 이상의 코인들이 거래된다. 비트코인이 기침을 하면 이런 ‘잡코인’은 홍역에 걸린다. 19일 코인 생태계는 그야말로 한숨과 회한과 실낱같은 기대가 범벅된 아수라장이었다. 각종 커뮤니티엔 ‘코린이’의 후회와 저점 매수를 노리는 유경험자들의 눈치 싸움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 와중에 단타로 좀 벌었다고 다수를 희롱하는 글도, 정말이지 진지하게 2030세대를 걱정하는 글도, 참고 버텨보자는 독려의 글도 넘실댔다. 그런데도 마음에 화석처럼 남은 건 전셋값을, 결혼 자금을, 아내 몰래 남편 몰래 거금을 집어넣었다가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이들의 한탄이었다.

코인시장은 별다른 근거 없이 유명인 한마디에 출렁이는, 투기판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대부분 안다. 하지만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운 좋게 급등 코인 좀 올라탄다면,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코인 졸업자’ 가라사대 장기 투자로 묻어만 둔다면 1000만원으로 금세 1억원쯤은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이곳에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기성세대라면 그래도 어떻게든, 너무 늦지 않게 손절매는 했을 텐데 코린이 상당수가 2030세대라는 게 문제다.

사회생활 전부터 학자금 대출을 안고 출발하거나, 졸업 이후 어렵게 취업한다 해도 극심한 자산 양극화에 시달린다. 고령화로 노후 비용은 더 늘어나는 세대다. 출산율도 낮아 기성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도 더 무겁다. 맘 급한 이들이 부동산 ‘영끌’을, 그게 안 되면 주식 ‘올인’을, 그래도 부족하니 코인시장으로 온 것이다. 코인시장 거래대금이 코스피시장보다 높아진 지 오래인데, 아마 도박을 이 정도 규모로 했다면 정부가 도박과의 전쟁이라도 펼쳤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처럼 그림 매매로까지 보는 건 과하겠으나, 코인을 금융 상품으로 여기기는 확실히 무리다. 그러나 사회 현상으로 접근한다면 시각이 달라진다. 국민 사이에 사행심이든 절박함이든 이 정도 열기가 생겼다면 정부는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부처 간 등만 떠밀면서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하나 제안을 하고 싶다. 연관 부처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코인을 좀 해보았으면 좋겠다. 코인 거래소 호가 창은 24시간 끊임없이 번쩍번쩍 오르내린다. 운이라고만 보기도 뭐해서 자산 가치는 없어 보이는데, 파보면 또 발행 가치가 아예 없다고 하기 좀 그렇다. 분야별로 주목받는 코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서류 보고만 받지 말고 시장 속으로 들어가 보시라. 나름 심사숙고해 종목을 정한 뒤 적잖은 돈을 넣고, 밤잠을 설치고,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돈을 벌면 기부도 하면 좋겠다. 이들과 공감대를 쌓다 보면 진정성 있는 해답의 실마리가 보일 것 같다. 아마 금융 정책은 아닐 것이다.

강준구 경제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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