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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기 위해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밀턴의 ‘실낙원’(1667년 초판, 1674년 개정판)에 대해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인간이 쓴 시 중 가장 위대한 시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은 밀턴이 크롬웰의 공화정 하에서 권력을 누리며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보내다가 왕정복고가 된 후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궁핍한 생활을 하는 중 실명까지 하게 되는 어려운 시기에 집필됐다. 중심 내용은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에 빠져 하나님이 먹지 말라고 명령한 선악과를 따먹어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는 창세기 3장 이야기다. 그렇지만 밀턴은 이 책에서 천지창조 이전에 천상에서 일어난 타락한 천사들의 반란과 이로 인한 천상의 전쟁, 그 이후 천지창조와 인간의 창조, 타락하기 이전 에덴동산의 평화로운 삶, 선악과를 따먹기 전후 아담과 하와의 심리상태, 타락으로 인해 변해버린 인간과 자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 등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다루는 주제나 소재를 생각해 볼 때 이보다 더 위대한 작품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게 되는 9장과 10장이 되겠지만 거기까지 이르게 되는 선악의 우주적 대결을 다루는 부분도 굉장히 흥미롭다. 5장과 6장에는 특별히 타락한 천사장 사탄과 그 수하 천사들이 성자가 지휘하는 천사들과 전쟁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밀턴은 이 전쟁 장면을 성부의 보좌 외에는 모든 것이 흔들거렸다는 식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장 큰 스케일로 묘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성자가 사탄의 무리를 물리치고 모두 지옥으로 보내는 것으로 천상의 전쟁은 일단락된다.

그런데 밀턴은 실낙원을 출판하고 4년 후 ‘복낙원’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제목대로 잃어버린 낙원을 다시 찾는 이야기다. 독자들은 당연히 이 책에서 실낙원에 견줄 만한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장엄한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는데 복낙원은 예상과 달리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복낙원은 길이도 4장밖에 되지 않고 다루는 내용도 인간의 타락과 비교해볼 때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건은 달랑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금식하신 후 사탄에게 시험을 받는 이야기이다. 예수가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물리친 사건이 그렇게 중요한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밀턴의 깊은 뜻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실낙원에서 선과 악의 우주적 대결에서 선이 승리했지만 결국 낙원을 잃은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 것은 인간이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사탄의 무리는 힘으로는 성부에게 대항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궤휼’을 통해 인간을 타락시켜 성부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했고 인간은 사탄에게 속아 타락하게 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낙원을 되찾는 길은 악과의 우주적 대결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고 악마의 궤휼을 물리치는 데 있다는 것이 이해된다. 하나님이 통치하시고 악은 이미 우주적으로 패배한 상태다. 어떠한 유혹과 위협이 있다 할지라도 누가 우주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참사람 되신 예수가 가르쳐 주신 것이다. 하나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우주적 사건인 셈이다.

오늘 한국 사회와 인류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해법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누가 우주를 다스리는지에 대한 확신과 어떤 유혹이 있다 하더라도 정도를 걷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실낙원의 난민에서 복낙원의 주민으로 살게 되리라는 것을 밀턴이 우리에게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설명해주고 있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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