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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손가락 모양’이 무엇을 위협하나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GS25 포스터에 등장했던 소시지를 잡는 듯한 ‘집게손가락 모양’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 중이다. 처음 이 논란을 맞닥뜨렸을 때 첫 느낌은 ‘이게 뭐지’였다. 비슷한 질문을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받았다. 손가락 모양이 어떤 지점에서 남성 혐오나 비하가 된다는 건가, 한참 배경 설명이 필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나 싸우다 말 줄 알았던 ‘메갈리아의 표식’은 예상을 깨고 삽시간에 색출·비난 대상으로 떠올랐다. 무신사, BBQ, 경찰청 등 여러 기업과 기관이 지목됐다. 이들은 남성 혐오(비하) 의도가 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오해의 소지나 논란을 낳았다고 사과하며 손가락 이미지를 삭제, 수정했다.

방송인 재재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사진을 찍으며 선보인 손동작이 문제가 됐다. 방송 출연 금지 청원도 올라왔다. 커진 논쟁은 공중파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까지 올랐다. ‘젠더 갈등’에 대한 고찰을 하자는 취지의 토론에서도 손가락 모양은 단연 화두였다. 그저 손가락 두 개, 보기에 따라 평범하게 물건을 집는 듯한 그 모양이 대체 뭐길래 이토록 많은 논쟁을 폭발시켰을까. 일차적으로는 그것이 이른바 일베(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인증 행위와 동급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여성과 특정 지역,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특정 인물을 조롱, 혐오하는 표현을 일삼던 일베 이용자들은 ‘ㅇㅂ’ 글자 모양 등을 상징처럼 심어 놓곤 했었다. 일베와 대척점에 서 있는 메갈의 상징인 손가락 모양을 심은 행태 역시 마찬가지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는 게 메갈 낙인을 찍는 이들의 주장이다.

온라인상에서 이런 성별 간 혐오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번에 유독 달랐던 데는 정치 역할이 컸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현 정부의 반대 지점에 선 ‘20대 남성(이대남)’의 표심이 확인됐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은 ‘역차별 받는(혹은 소외당한) 이대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대남이 정치를 등에 업으면서, 주로 온라인을 통해 파편적으로 존재했던 이들 남성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하나의 정치적 목소리로 모여졌다.

그러나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넘기기엔 메갈 표식을 계기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우려스럽다. 손가락 모양의 등장이 곧 남혐이나 남성 역차별이 실제 사회에 존재한다고 확인시켜준 것처럼 다뤄져서다. 더군다나 그것을 곧 페미니즘, 여성운동과 같은 것으로 여기거나, 페미니스트를 일베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현상마저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받은 공격이 대표적이다. 이 재단이 어린이 독서모임에서 페미니즘 도서를 다루고, 페미니즘 성향의 행사 등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후원을 끊겠다는 비난이 등장했다. 수세에 몰린 재단은 21일 “해당 모임과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페미니즘 자체가 ‘엮여선 안 될’ 대상이 된 셈이다.

다시 손가락 모양으로 돌아가 보자. 손가락 모양으로 대변되는 혐오는 누구를, 무엇을 위협하는가. 과거 일베의 여혐은 성폭력 영상 등을 공유하는 등의 폭력성으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비난받았다. 혐오에 따른 피해가 문제인 게 아니라면 이 싸움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른바 메갈을 다 잡아내 퇴치한다고 해서 남성의 권익이 향상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에 답할 수 없다면, 지금의 남혐·여혐 논쟁은 정치만 쉬운 일을 시켜주는 건지 모른다. 이대남을 비롯해 청년들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내놓는 일은 너무나 복잡한 일이지만 혐오를 조성해 한편을 만드는 건 단순하기 때문이다.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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