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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 지역균형 발전과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역균형발전은 역시 어렵다. 교육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안을 보면 부실대학이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들 대학이 실제로 퇴출될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교육부는 앞으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비율을 현행 4대 6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원 비율을 4대 6으로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부실한 지방대학이 퇴출되는 것을 상쇄할 만큼 다른 지방대학의 경쟁력이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물론 재원이 있어야 한다. 그 재원을 지방이 스스로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민간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도 재원이 없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지방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그 지원은 일차적으로 국립대학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 지원은 현 정부가 공약했던 ‘공영형 사립대’ 안 같은 것이 다시 나온다 하더라도 논란과 함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단 지금까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국립대학을 ‘네트워크화’하는 방안이 있다. 그런 방안이 적절하게 마련되고 그것이 정부 지원과 결합될 수 있다면 국립대학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쪽으로 성과를 이룬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 등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 방안이 어렵다면 ‘거점국립대학’을 우선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방 주민의 입장에서 자녀를 서울 소재 대학으로 유학시키는 것은 부담이 된다. 지방에 서울의 일류대학과 같은 수준의 대학이 있고, 그 등록금도 적고 기숙사도 서울에서 하숙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면 그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려 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에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대학을 마련하는 것이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방에 그런 대학이 몇 개라도 있다면 수도권 주민도 선택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스카이캐슬’로 요약되는 입시경쟁에서 스카이대학의 대안이 만들어지는 것은 ‘공급 확대’로 경쟁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 입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하류’ 쪽에서 시험 방식을 바꾸거나 특수목적고를 없애거나 교과과정을 수정하는 것보다는 ‘상류’ 쪽에서 공급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방법도 된다. 지금 세계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한때 인재가 유입되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유출되는 나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인재를 끌어들일 필요는 더 커졌다. 물론 같은 재원으로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한국은 서울에 있는 정부출연연구원을 통해 인재의 흐름을 유입 쪽으로 돌린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노력으로 한국이 필요로 하는 세계 1급 인재를 불러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세계 1급 인재를 끌어들일 힘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없다. 한편 그보다 떨어지는 인재를 붙드는 데는 정부가 지방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방 국립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도 된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지상과제이고 그를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학 교직원을 늘리는 것은 그런 일자리를 만드는 한 방법이다. 그것은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부실대학이 퇴출되면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상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 지원은 지역 산업의 발전과 같이 가야 제대로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을 지원해도 우수한 졸업생이 지방에 남지 않고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구도가 계속되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모든 여건을 동시에 갖추기보다는 한계가 있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우선 실행하는 것도 현실적 접근법이다.

지역균형발전만큼 논란을 빚는 문제도 드물다. 그 대책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필요하면 공공기관도 이전하고 고속철이나 공항을 건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대학 지원이다. 어차피 한국은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인 나라이고, 지역균형발전도 그 예외가 아니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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