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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관광 성수기 여름까진 코로나 극복” 일상 복귀 속도내는 EU

독일 베를린의 한 바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야외 테라스에 있는 손님들이 박수를 치며 공연을 즐기고 있다. 독일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선 지난 몇 달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지만 백신 접종 등으로 확진자가 줄어들면서 최근 식당, 카페 등의 야외 테라스에서 정상 영업을 재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은 일상으로의 복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1년2개월이 지났는데, 그간 상황은 한마디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었다.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의 공략법을 모르는 가운데 각종 거짓 정보, 의료체계 붕괴, 그리고 촘촘히 연결된 지구촌의 사회·경제적 현실 등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역사적으로 몇 차례 감염병을 경험하면서 백신이라는 것을 인류에게 선물했던 유럽도 상당한 타격을 입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까지 강력한 봉쇄와 방역에 집중했다.

초기에는 상황 종료시점, 백신 등장시기 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대응 전략의 방향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러다 점차 경제와 보건을 어떻게 동시에 관리할지, 봉쇄와 방역 중심의 대응 전략을 어떻게 백신 중심으로 전환할지가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첫 번째 질문과 관련된 변수는 시간이다. 즉 위기가 단기간만 지속된다면 잠시 경제 문제를 덮어놓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된 변수는 효과적인 백신 등장과 접종률 제고다. 정책적 오류, 사회적 희생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봉쇄와 방역도 중요하나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도 포기할 수 없으며, 신뢰할만한 백신이 세상에 등장한 만큼 결국 백신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점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한때 엄청난 피해를 입었으나 최근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성인 비율이 70%를 넘는 등 유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이는 영국은 얼마 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적 백신 전략을 재빨리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이는 부작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백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국은 다음 달 21일 이후 대부분 규제를 완화하고 7월 말까지 성인 전체에 대해 1차 접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EU는 27개 회원국 국민들의 역내 이동권은 보장하면서도 현재 관광 등 비필수적 이동은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월 중순까지 EU 내에서 통용되는 통행증명서(Digital Green Certificate)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증명서에는 백신 접종 사실뿐 아니라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과거 코로나 감염 여부 등의 정보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 접종 여부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면 접종자와 비접종자 간에 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올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전체 성인 인구의 70%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4종의 백신을 승인한 상태다.

EU 회원국들은 공통 목표하에서도 국경 통제, 격리, 검사 결과 제출, 식당·상점 영업 등에 관해 각각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4단계에 걸쳐 봉쇄를 완화하는 중인데 6월 9일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받으며 식당의 실내 영업을 허용하고, 6월 30일에 통금 등 각종 금지 조치를 완전히 해제할 계획이다. 작년 말 여론조사에서 전 국민의 40%만이 백신을 맞을 용의가 있다고 답변하며 유럽 선진국 중 백신에 대해 가장 회의적 모습을 보였던 프랑스의 하루 접종 인원은 최근 40만명 선에 달한다. 현재 1차 접종자 비율은 어느덧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병원 외에 체육관, 스포츠경기장, 테마파크, 시청 등도 백신센터로 활용하고 치과의사, 수의사에게도 백신 접종 행위를 허용하는 한편 소방관에게도 주사 놓는 법을 가르쳐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백신별 보관의 난이도를 반영해 백신센터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 동네 개인병원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을 주로 접종하고 있다. 병원 예약사이트인 독토립(doctolib)을 통해 예약하면 거주지와 관계없이 어느 지역에서든지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연령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는 31일 이후엔 성인 누구나 접종이 가능하지만, 지난 12일부터 백신 낭비를 막기 위해 당일 또는 그다음 날 접종 예약이 가능하다면 18세 이상 젊은층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유럽 사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올여름을 코로나 사태의 극복 시점으로 삼는 등 목표가 매우 구체적이다. 관광 성수기인 올여름까지도 영업 금지 등 각종 통제가 유지된다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는 외국인이 자국 내에서 관광 중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격리와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도 유럽에서 최초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PCR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둘째, 위생적 생활습관 유지도 매우 중요하나 결국 백신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셋째,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판단에 근거해 백신 접종률과 연계된 봉쇄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인구 규모를 감안할 때 감염자 수나 사망자 수를 보면 그동안 우리의 방역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특히 의료진과 국민의 헌신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위기가 단기전이었다면 성과가 더욱 빛났겠지만 불행히도 이는 장기전이었다. 방역만으로 장기전을 버텨내기는 어렵다. 방역에서 우리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던 유럽 국가들이 우리보다 위기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백신 때문이다. 그동안 불확실성 때문에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고 결과론적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백신의 충분한 확보, 대규모 접종센터의 설치 확대, 한번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시간 배분이 가능한 통합예약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 전략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물론 백신에 대한 불신도 지속적으로 해소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방향을 다 알면서도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법론에 초점을 맞춘 창의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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