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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여의도 저승사자’ 부활하나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2013년 5월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됐다. 주가 조작 등 불공정 거래 근절이라는 정부 종합대책의 일환이었다. 합수단은 다음 해 2월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전됐다. 중앙지검 시절에는 총 163명을 기소하고 범죄수익 248억원을 환수조치했고, 남부지검 시절 1년간은 총 144명을 재판에 넘기고 범죄수익 232억원을 환수했다. 자본시장의 고질적 비리를 엄단한 것이다. 사건 처리 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의 회계분석 및 자금 추적, 한국거래소의 거래분석, 국세청의 탈세 적발 등을 활용한 원스톱 사건 처리로 일반 증권범죄 시 평균 9개월 걸리던 검찰 접수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다. 부처 간 협업 결과다. 출범 이후 2019년까지 7년간 1000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재판에 회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서울 여의도 금융권에서 발생하는 대형 사건을 전담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린 합수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건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한다는 명분으로 합수단을 전격 폐지한 탓이다. 당시 투기꾼들이 살판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해체를 막을 순 없었다. 결과는 수사력 약화로 이어졌다. 검찰이 지난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 58건 중 수사가 마무리된 건 8건뿐이었다.

여의도 저승사자가 1년여 만에 부활할 전망이다. 최근 법무부가 마련한 검찰 조직개편안엔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서울남부지검에 설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서 “부동산 투기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증권 금융 쪽의 전문적 범죄”라고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협력단은 합수단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 검사가 수사를 주도하기보다 관련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긴개긴이다. 추 전 장관이 SNS를 통해 합수단 부활에 반발하자 명칭을 협력단으로 포장한 듯하다. 조직 재창설은 졸속 폐지의 문제점을 온몸으로 웅변해줄 것이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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