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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의 ‘그린’과 ‘스마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이웃 나라들에는 더할 수 없이 껄끄러운 존재였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끝 모를 불황의 늪에서 나라를 건져내려 나름 혼신의 노력을 다한 정치인이다. 그의 ‘아베노믹스’ 정책의 성공 전략은 간단명료했다.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려면, 즉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인재 재건’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교육 재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육을 국가미래전략의 핵심에 두고 2013년 국가교육재생 실행위원회를 설립해 전방위적 교육 개혁을 실행했다.

나는 2018년 1월부터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거의 1년 동안 매달 19명의 위원과 함께 국가미래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제는 물론 노동, 환경, 과학, 복지, 저출산·고령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 주제에 상관없이 모든 논의가 어김없이 교육 개혁의 필요성으로 귀결되는 진기한 광경을 목도했다. 위원장으로서 나는 번번이 우리 위원회가 교육부총리가 아니라 경제부총리 관할 위원회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사뭇 찜찜하게 논의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렇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당연히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5년간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18조5000억원을 들여 40년 넘도록 노후한 학교 건물 2835개동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윈스턴 처칠의 명언을 조금 각색하면,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지적한 대로 영락없이 형무소 건물을 닮은 우리 학교 건물들의 화려한 변신을 기대해본다.

이번 사업의 이름 그린스마트의 ‘그린’은 ‘스마트’를 꾸미는 형용사가 아니라 스마트 사업 못지않게 중요한 별개의 사업 목표를 지칭하는 명사다. 그런데 왠지 스마트 사업 부문의 선명성에 비하면 사뭇 모호하고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업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한 ‘에너지 절약과 학생 건강을 고려한 제로에너지 그린학교’를 보면 대체로 에너지 효율에 초점을 맞춘 정책처럼 보인다. 이미 몇몇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내 생태숲 조성 사업을 보다 많은 학교로 확대하는 ‘그린’ 정책도 함께 추진하면 좋겠다.

스마트 사업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시설을 갖추려면 상당한 경비가 들겠지만 확보한 예산에 비해 개선 대상 건물 수가 좀 적은 듯싶다. 몇 년 전 내가 방문한 금천구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모두의학교’는 기존의 건물 구조를 그리 대단하게 바꾸지 않고도 상당히 창의적인 공간을 연출해냈다. 사업의 기본 방향을 ‘학생·교직원 등 사용자 참여 설계를 통한 공간 혁신’이라 정한 만큼 교육부 혼자 너무 애쓰지 말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집단지성에 맡기면 적은 예산으로도 놀랍도록 창의적인 공간이 탄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성공을 기원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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