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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오세훈의 ‘두 번째 기회’

신창호 사회2부장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시장 경력’은 무려 5년2개월이다. 선거로만 보면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로 세 번째 당선됐다. 2006년 7월 처음 시장직에 오른 뒤 4년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당선됐기 때문이다.

서울은 1000만명이 사는 대한민국 제1의 도시다. 서울에서 태어난 ‘토박이’ 서울 사람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타향살이’ 서울 사람이 더 많고, 젊은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세대도 다양하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촌 중 부촌인 강남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판잣집이 이어진 저개발 지역도 여전히 존재한다. 다양한 정치 성향을 띤 사람들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곳이 바로 서울이란 뜻이고, 서울 민심이 곧 전국 민심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 시장의 첫 번째 서울시장 임기였던 2006년 7월~2010년 6월은 비교적 조용한 시기였다. 도심의 고가도로를 다 걷어내고 거의 50년 만에 콘크리트를 제거해 ‘진짜’ 청계천을 서울 시민에게 선사했던 전임자(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기)에 비해 별다른 업적은 없었다. 지하철·시내버스 환승시스템, 뉴타운 재개발 등도 오 시장 재임 이전에 마련된 정책이었다. 그때 오 시장은 서울의, 서울 시민을 위한, 서울시에 의한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는 중앙 정치 무대에 더 관심이 있는 듯했다. 높았던 인기 덕분에 보수 세력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혔던 시기였던지라 그는 여러 정치적 논쟁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자신 있게 밝히는 데 익숙했다.

두 번째 임기의 2년차였던 2011년 여름 그는 학교 무료급식 논쟁에 뛰어들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시작된 무료급식을 둘러싸고 당시의 정치권은 ‘무상복지’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의 혈세를 선심성 무상복지에 쓸 수는 없다”며 이 문제를 서울 시민 전체 투표에 붙였다. 결과는 패배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거의 모든 초중고에서 실시되는 학교 급식을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선심성 무상복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필수 복지’로 여긴다는 말이다.

이후 오 시장의 10년은 절치부심의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대권 주자로까지 각광받던 그에겐 추락의 시간이기도 했다. 몇 번의 총선에서 낙선도 했다. 식을 줄 모를 것 같던 정치인으로서의 인기도 차갑게 식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오 시장은 선거로는 세 번째로 서울시장직에 올랐고, 이제 두 달이 다 되는 시간이 또 흘렀다.

선거 당시 여당에 각을 세웠던 공약들을 오 시장은 상당 부분 완화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반대로’가 만능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처럼 보인다. ‘빠른 시기’ 대규모 아파트 공급 공약도 ‘천천히 내실 있게’로 바뀌었고, 광화문광장 개조 반대 기조도 “전임 시장의 행정을 연속화하겠다”로 변화했다. 집권 여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서울시의회와도 충돌보다는 협조 기조로 바꿔놨다. 절대 다수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 시내 구청장들과의 정책적 협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 시장의 메시지들은 예전보다 ‘어딘가’ ‘훨씬’ 부드러워진 모양새다. 정치적 논쟁을 부추기거나 더 거세게 달구던 예전의 모습은 사라진 듯하다. ‘가급적’ ‘최대한’ 서울시정으로부터 여의도정치를 떼어내려 하는 모습도 보인다. 두 번째 기회란 한 번 실패한 일에 다시 도전해 이를 성공으로 되돌려 놓을 때란 뜻이다. 오 시장에게 이번 서울시장 자리는 시장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 정말 ‘두 번째 기회’다. 오 시장에게 이 기회를 성공시킬 열쇠는 뭘까. 아마도 서울의 문제를 새로운 정책과 대안으로 해결하는 일일 것이다. 첫 번째 때처럼 서울의 문제를 정치화시키지 않고 말이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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