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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인플레 우려 과도… 경기확장 초입 순환적 현상에 무게


미국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은 최근 흥미로운 물가지표를 개발했다. 노동부가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변형시킨 ‘코로나 CPI’가 그것으로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행태 변화를 적용시켰다. 예를 들어 휘발유값 등 교통 관련 물가는 최근 크게 올랐지만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이 분야 지출은 상대적으로 1년 전에 비해 줄어든 점을 감안하는 식이다. 분석대상 품목은 100개로 소비자들이 직접 신용카드 등으로 구입한 항목을 계산했다. 지난달 CPI 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4.2%로 2008년 9월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로 본격적인 인플레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증하자 과연 걱정할만한 수준인지 제대로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인플레 우려는 착시효과?

분석결과 지난달 코로나CPI 증가율은 3.6%로 공식 CPI 증가율보다 0.6% 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준을 적용한 지난해 4월 코로나CPI 증가율 1.1%가 공식 CPI 증가율 0.4%보다 훨씬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연구를 진행한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소비자들의 교통분야 소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4월 소비자물가는 더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표를 기준으로 5세미만 아이를 둔 가정에 대입하면 CPI 증가율은 식료품비와 교육비는 약간 늘어나는 반면 다른 품목 소비가 더 줄어들면서 3.1%로 더 낮아진다.

인플레 압력에 대한 우려는 이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시적 생활패턴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의 수요 폭발이 주원인이라면 근원물가(유류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가 상승해야 하지만 아직 이에 영향을 주는 단계는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근원물가 상승세는 가계보조금 효과와 경제활동 재개를 반영한 국지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인플레와 임금 상승에 대한 오해

인플레를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다. 꺼졌던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지표가 물가상승률이기 때문이다. 디플레에 빠졌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를 말해준다. 단기간에 물가가 급등할 경우 문제가 되지만 최근의 지표 상승세가 대세로 굳어질지는 좀 더 시차를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동안 급등세를 이어갔던 미국 10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1.6%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채권 시장은 일단 인플레 압력을 소화했음을 의미한다. 연초부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야기된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은 일차적으로는 일종의 병목현상에 따른 것이다. 최근 공급 측면의 물량 부족에 따라 급등한 구리 철강 알루미늄 등 원자재가격이 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기 보다는 경기확장 국면 초입의 순환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근 인플레 현상이 나쁘게 비춰진 것은 중국에서 벌어진 가수요가 원자재 수요폭발을 일으킨 측면이 강하다.

최근 물가 상승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는 임금 상승에 대한 시각도 바꿀 필요가 있다. 대신증권 매크로 보고서는 최근 실업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통화당국이 지난 1년간 확인할 수 있는 성과 중 하나인 실업률과 물가의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라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물가 상승의 반대 급부로 실업률이 낮아지는 경로가 복원됐다는 것이다. 물가에 집중되고 있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에 대비되는 고용 개선이라는 긍정적 결과에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상승률 2% 외에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 3.5%대 복귀를 금리이상 기준으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4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노동공급 부족에 따른 물가상승 장기화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지만 9월 확대된 실업급여 공급이 만료되면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지난주 실업급여 신청자가 코로나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코로나19가 경제구조를 노동 투입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는 점도 임금 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서라도 인력을 뽑겠다는 것은 들어가는 비용보다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셈법이 반영된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전략가는 “기업들은 투입 비용상승이 마진악화로 이어지는 경우보다는 경기부진으로 가격전가가 어려워지는 것을 더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물가는 급등하는데 경기는 꺼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장 꺼린다는 것이다. 몇 가지 수치를 비교해보면 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4월 제조업지수 세부항목인 투입가격지수가 08년 6월 이후 최고치인 89.6을 기록했다. 또 NFB(전미자영업연맹) 조사에 따르면 향후 3개월내 제품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기업 비중이 낮추겠다는 기업보다 36% 포인트 높다.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P500 지수의 순이익률 예상치는 12.8%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의 제품 인상 압력을 경기개선 흐름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해상운임요금, 원자재 등은 경기사이클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일시적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공급이 가세할 경우 오히려 가격 디플레를 초래할 수 있다.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충분한 부양책을 쓰지 못해 10년이상 저물가-저성장 상황을 초래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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