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한마당] 해리스 연상되는 싱하이밍

손병호 논설위원


근래 한국민에게 가장 안 좋은 인상을 남긴 주한 외국대사는 해리 해리스 전 미국대사다. 그는 한국 정부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대북 개별관광을 추진하려 하자 미국과 협의하라면서 주권 침해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로 한·일이 충돌할 땐 노골적으로 일본 편을 들기도 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을 관저로 초청해놓고선 한국이 고액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얼마나 오만하고 무례했으면 “조선 총독 같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런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슬슬 해리스를 닮아가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싱 대사는 24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기자들을 만나 “공동성명에 중국이란 말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걸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대만 문제는 중국 내정인데도 (성명에) 나왔고, 남중국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쿼드와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거론하며 “중국 국익이 상하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대사로서 발언을 자제하겠다’더니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셈이다. 특히 사드 보복 트라우마가 있는 한국민에게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위협적 표현은 선을 넘은 발언이다. 그동안 싱 대사를 두고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과 경제계 인사들도 참 좋은 대사가 부임했다고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그가 그런 식으로 발언했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외국에 파견된 대사가 자국의 입장과 이익을 관철시키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싸움꾼’ 자격이 아니라 양국의 가교 역할인 외교사절로 온 만큼 아무데서나 마구 입장을 쏟아낼 게 아니라, 외교라인을 통해 정제된 의견을 전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안 좋은 일일수록 소리 소문 없이 의견을 개진해야 문제를 풀기가 더 쉽다. 싱 대사가 만약 평양에서 근무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막 귀국했을 때 회담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다녔겠는가.

손병호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