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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훈련소 조교의 하소연

라동철


신병 훈련소에서 조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붉은 전투모를 깊숙이 눌러 쓰고 나타난 조교는 절도 있는 동작과 배에 힘이 들어 간 목소리로 신병들을 휘어잡았다. 군기가 바짝 들어있던 신병들은 조교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랐다. 실수를 하거나 동작이 굼뜨면 당장 조교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런 훈련소 조교 이미지는 이제 과거의 것이 돼버린 듯하다. 주로 군대 관련 제보를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지난 26일 조교의 열악한 처우와 과중한 업무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게시됐다. 육군훈련소 조교라는 게시자는 훈련소 내 인권 문제가 주목을 받으면서 훈련병들의 처우는 개선됐지만 조교들은 하루 17시간이 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훈련병 통제의 어려움을 호소한 부분에 더 눈길이 간다. “조교가 생활관에 들어가든 말든 누워 있고, 조교들이 있어도 소리를 질러대며 욕설을 일삼는 훈련병들이 태반”이라고 했다. 격세지감이다.

과거 수십 년 사이에 사회 전반이 급격한 변화를 겪었듯 군대도 많이 바뀌었다. 일상적이던 상급자의 폭언과 구타가 거의 사라졌고 월급 등 처우도 대폭 개선됐다. 일과시간 외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지내고 영내에서 휴대전화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과거와는 천양지차지만 최근 불거진 부실 급식 사태, 페이스북에 연일 쏟아지는 제보들을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사병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걸맞은 대우를 해야 마땅하다. 사병 의식주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관행이나 규정들을 더 개선해야 한다.

인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군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상급자의 정당한 명령에도 따르지 않거나 복무 부실로 군의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훈련소 조교의 하소연에서도 그런 우려가 엿보인다. 군의 규율 및 기강 유지와 병영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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