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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인구 줄면 집값 내릴까

김경택 이슈&탐사1팀장


‘1000만 서울’이라는 말은 이제 쓸 수 없다. 서울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내국인과 외국인을 합해 99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인구가 100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32년 만이다. 내국인만 놓고 보면 2016년부터 이미 1000만 서울은 아니었다. 인구 감소는 또 서울만의 현상도 아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는 대한민국 전체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하지만 실로 복잡한 정치·사회·문화 현상과 맞물려 있는 서울의 인구 변화를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인구의 자연 감소뿐 아니라 서울의 인구 이동을 추가로 살펴봐야 한다. 서울 인구는 어느 지역에서 들어와 어디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먼저 서울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가장 많이 전입한 곳은 경기도였다. 서울과 경기도의 ‘전입-전출’(순이동) 인원 추이를 각각 살펴보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30년간 서울과 경기도의 순이동 그래프는 서로 데칼코마니처럼 겹쳐진다. 서울 전출 인원이 늘면, 경기도 전입 인원이 늘어난다. 반대로 서울 전입 인원이 늘면 경기도 전출 인원이 증가한다.

서울과 경기도가 마치 사람들을 서로 주고받는 ‘인구공동구역’을 형성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의 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경기도는 서울의 진입로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2017~2020년 서울과 전국 각 지자체 간 순이동 추이를 뽑아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인원이 경기도에서 서울로 들어간 인원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울러 일부 초고가 주택 지역을 제외한 서울 대부분 자치구에선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낮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강했다. 서울 내부에서 점차 외곽으로 밀려나다가 마지막엔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패턴이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진 사람들은 서울에서 더 먼 곳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서울과 경기도의 집값 변화였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전한 인원은 9·13대책을 비롯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 다소 감소했다가 대책의 약발이 떨어져 보일 때 다시 증가했다.

전국 각 지역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가는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경남 창원과 대구 수성구, 전북 전주 등 순이었다. 그런데 서울 전출 인구가 전입 인구보다 더 많은 상황은 최근 30년 이상 지속됐다. 늘 서울 진입로보다 탈서울 루트가 더 붐비다 보니까 서울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서울의 인구 감소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집값은 정점이 과연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절벽 시대에 주택 수요가 크게 떨어지면서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은 없을까. 과거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꺼지는 사태를 맞았던 일본과 같은 길을 우리도 밟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울 인구는 1992년 1097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감소하고 있지만, 주택 수요의 최소 단위인 1인 가구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더 진행될수록 혼자 사는 노인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증가한 1인 가구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서울의 1인 가구는 2038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물론 향후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이나 금리 등을 추가로 살펴봐야겠지만,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집값 하락 여부를 예단할 수 없다.

김경택 이슈&탐사1팀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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