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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동 칼럼] 국민의힘, 아직 멀었다


국민의힘에 부는 이준석 바람
정치권의 기존 질서 재편하는
변혁 가져올 메기 될 수 있어

밖으로 비춰지는 변화와 달리
내부는 구체적 미래 비전 없는
낡은 정치 그대로여서 한계

젊은 정치,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줘야
진정 별의 순간 포착 가능해

국민의힘에 젊은 열기가 타오른다. 뜨거울 정도다. 4·7 재보궐선거에서 2030 세대의 마음을 훔쳤던 기세에 이어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젊은 정치인 돌풍이 만만치 않다. 그 중심에 서른여섯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있다. 당대표 예비경선을 1등으로 통과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30대 기수론’이다. 달리 말하면 기득권에 대한 반란이다.

그 진원지가 ‘낡은 보수’ 이미지의 국민의힘이라서 더 신선하다. 놀랍다거나 무섭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이준석 신드롬’이라며 흥분한다. 어쨌든 나쁘지 않은 변화다. 여론도 칭찬 일색이다. 화석처럼 굳어진 기존 정치질서에 변혁의 메기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도 해본다.

국민의힘은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전당대회 슬로건으로 정했다. 그런데 솔직히 미래적이지도, 미덥지도 않다. 겉으론 변화가 분명하나 내부를 보면 과거와 많이 닮았다. 예를 들어보자. 나경원 전 의원은 젊은 당권 도전자들을 ‘예쁜 스포츠카’에, 자신은 좁고 험한 길을 가는 ‘화물차’에 비유했다. 그러자 이준석은 ‘나는 전기차 아이오닉 5’라며 맞섰다. 그러면서 ‘이 글은 현대자동차의 협찬 없이도 작성되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는 멋진 비유, 멋진 반박이라고 할지 모르나 가볍고 비아냥이 묻어난다. ‘애송이’ ‘늙은이’라는 거다. 애들 말장난도 아니고 제1야당 대표가 되려는 정치 지도자들이 허접한 비유로 나이 타령이나 하다니 지질하다.

게다가 악담성 인신공격에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늙은 세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젊은 세력은 뭔가. 구호만 있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변화와 개혁을 말하지만 구체적 비전 제시가 없다. 신구 갈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박수는커녕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선배 정치인이 특정 계파의 배후 지원설을 제기하자 후배 정치인은 ‘탐욕스러운 선배’라며 정면으로 치받았다. 욕하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일찍이 봐온 예전 그 모습 그대로다.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치가 재미있어야 하고, 정치하는 사람이 젊어져야 한다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젊은 정치인이 늙은 정치인과 같은 문법으로 상대를 공격한다면 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구태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아직 멀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고서 수권을 꿈꾸다니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가.

젊다는 것은 분명 경쟁력이다. 힘이 있고, 그 힘으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또한 역동적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도 강하다. 다만 가벼움과 경솔함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늙음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젊음에 비해 움직임은 둔하나 경륜에 따른 안정감이 뒷받침된다. 진중함도 있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젊음과 늙음은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당연히 생물학적 나이가 능력의 차이를 말하지도 않는다. 영화 ‘은교’에서 주인공 이적요가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근육질을 근거로 젊음과 늙음을 나눈다면 앞서 말한 장점들은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자제력 없는 힘은 무모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여기에 권력이 더해지면 위험해진다.

국민의힘에 부는 젊은 바람 그 자체에 시비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잇값 못하는 어른들이 있듯이, 생각이 늙은 ‘젊은 꼰대’도 없지 않다.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또는 젊다는 이유로 상대를 공격하는 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을 뿐더러 틀렸다. 나이가 들었다는 건 자랑할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늙은’ 정치인은 낡은 정치를 보여줬고, ‘젊은’ 정치인은 그런 선배를 답습했다. 그래서 쉰내가 난다. “그럼 그렇지 제 버릇 남 주겠나” “여전히 정신 못 차린 듯하다”라는 혹평도 나온다. 재보선이 얼떨결에 얻은 과분한 승리라는 걸 벌써 잊었는가.

옷 바꿔 입는다고 젊어지는 건 아니다. 세대교체, 필요하고 의미도 크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나이다. 생각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껍데기에 불과하다. 세대교체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 새털보다 가벼운 게 여론이다. 희망이 실망으로, 실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진정으로 별의 순간을 잡겠다면 낡은 정치를 벗어던지고 미래 비전으로 경쟁하라.

박현동 편집인 hd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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